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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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하기 하루 앞서 하나로텔레콤으로 전화를 걸었다. 서울의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이용정지’ 조처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없는 전화번호란다. 1년 전 해지됐다고 했다. 지난해 1월 미국으로 떠나면서 이용정지 신청을 했는데, 잘못 알아들었는지 해지를 해버린 것이다. 새로 가입을 하란다. 고객이 애써 알려놓은 전화번호를 날리고도 별로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이번 기회에 통신업체를 바꿔보자는 마음으로 케이티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가입 신청을 했다.
며칠 뒤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엘지파워콤 초고속인터넷 가입을 권하는 문서가 붙었다. 엘지파워콤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면 ‘3개월 무료’에다 평면텔레비전이나 스팀청소기 같은 것을 경품으로 주겠다고 했다. 케이티나 하나로텔레콤 장기 가입자가 옮겨오면 위약금까지 물어주겠단다. 거기다 우리 아파트 주민에게는 5%를 더 깎아준단다.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엘리베이터 안에 붙어있는 거 봤어요?”라고 묻는다. “못봤다”고 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가 따라나왔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더니 “이거”라며 엘지파워콤 이름으로 붙여진 문서를 가리켰다. 그러고는 수표처럼 생긴 것을 내밀었다.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할 때 이용하라며 주더란다. 엘지파워콤 가입 신청 때 가져오면 13만원을 현금으로 준다고 돼 있다.
“이런 거 불법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가 받으래? 기사 쓰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주는 거지.” 아내가 홱 돌아서 가면서 남긴 말이다. 솔직히 엘지파워콤 이름의 문서를 보는 순간 속이 상했다. “조금 기다려서 엘지파워콤에 가입했으면 3개월 공짜에 푸짐한 경품, 5% 할인 혜택까지 받았을텐데”라는 후회도 들었다. 케이티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면서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하긴 케이티 쪽에서 보면, 고객이 자기 발로 걸어와 신청을 하는데 비용을 들이고 약관을 어겨가며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아깝다. 3개월 공짜에 텔레비전이 어디야.” 상점에서 물건을 사갖고 나오는데, 다른 가게에서 같은 물건이 더 싸게 팔리거나 덤을 얹어주는 것을 보면 누구나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업체쪽 반응은 더 황당하다. 농담이겠지만, 하여튼 “바보”란다. 하나로텔레콤의 한 직원은 “요즘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할 때 20여만원어치의 경품은 기본”이라며 “통신업계 담당 기자 맞아요?”라고 되묻는다. 이쯤 되면 정보통신부에 신고된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이용약관을 바꿔, 경품을 다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 통신위원회는 28일 이용약관을 위반해 고객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난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을 처벌한다. 이용약관을 어겨 고객을 화나게 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수준의 엄한 처벌을 기대해본다. 아니면 통신위가 문을 닫든지.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누가 받으래? 기사 쓰는데 참고가 될 것 같아 주는 거지.” 아내가 홱 돌아서 가면서 남긴 말이다. 솔직히 엘지파워콤 이름의 문서를 보는 순간 속이 상했다. “조금 기다려서 엘지파워콤에 가입했으면 3개월 공짜에 푸짐한 경품, 5% 할인 혜택까지 받았을텐데”라는 후회도 들었다. 케이티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하면서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하긴 케이티 쪽에서 보면, 고객이 자기 발로 걸어와 신청을 하는데 비용을 들이고 약관을 어겨가며 ‘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 “아깝다. 3개월 공짜에 텔레비전이 어디야.” 상점에서 물건을 사갖고 나오는데, 다른 가게에서 같은 물건이 더 싸게 팔리거나 덤을 얹어주는 것을 보면 누구나 화를 낼 수밖에 없다. 업체쪽 반응은 더 황당하다. 농담이겠지만, 하여튼 “바보”란다. 하나로텔레콤의 한 직원은 “요즘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할 때 20여만원어치의 경품은 기본”이라며 “통신업계 담당 기자 맞아요?”라고 되묻는다. 이쯤 되면 정보통신부에 신고된 초고속인터넷 이용약관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이용약관을 바꿔, 경품을 다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맞다. 통신위원회는 28일 이용약관을 위반해 고객을 농락한 것으로 드러난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을 처벌한다. 이용약관을 어겨 고객을 화나게 하면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수준의 엄한 처벌을 기대해본다. 아니면 통신위가 문을 닫든지.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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