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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내 사생활 모두 감시 화상통화 무조건 좋을까?

등록 2007-03-12 19:30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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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에프와 에스케이텔레콤이 3세대 이동통신(HSDPA) 서비스 마케팅을 하면서 화상통화를 앞세우고 있다. 상대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다. 연인 사이에 이용하면 사랑이 깊어지고,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는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 준다고 선전한다. 따로 사시는 부모님과 함께 이용하면 매일 얼굴을 보며 문안인사를 드리는 효과도 볼 수 있단다.

하지만 화상통화가 확산돼 대중화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화상통화가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고, 나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상통화 얘기를 하다 보면, ‘공처가들 죽었다’, ‘배우자나 상사한테 거짓말하기 어렵게 됐다’ 같은 농담이 쏟아진다. 겉으로는 거짓말하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지만, 속으로는 화상통화를 이용하다 보면 통화시점의 사생활이 상대에게 완전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1990년대 중반, 나는 이동전화에 가입하기에 앞서 발신전용 휴대전화(시티폰)를 먼저 이용했다. 삐삐로 호출을 받으면 시티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요금이 싸고, 통화할지를 내가 결정해서 좋았다. 하지만 이동전화 가입자가 늘어 열에 서넛 수준을 넘자, 어느 날 부장이 부르더니 “당신도 이제 이동전화로 바꾸면 어때”라고 이동전화 이용을 권했다. 전화를 걸면 바로 받는 이동전화에 익숙하다 보니 삐삐를 치고 전화오기를 기다리는 게 답답해져서였을 것이다. 이후 이동전화가 시도 때도 없이 울렸다.

이동전화 이용 초기에는 가끔 전화를 받지 않아도 부장이나 아내 모두 뭐라 하지 않았다. 통화품질이 지금처럼 좋지 않아 전화 연결이 안 되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지하철, 건물 지하, 시골이나 산에서는 이동전화 연결이 잘 안 됐다. 그래서 ‘땡땡이’를 치다 전화를 못 받았을 때 부장이나 아내가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때 지하 다방에서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중이었다”는 거짓말이 통했다.

그래도 아직은 피곤할 때 사우나 등에서 잠시 쉬면서 거래처에 있다고 하거나 아내 몰래 친구들과 한잔 하면서 상갓집에 있다고 하는 거짓말은 통한다. 하지만 화상통화가 대중화하면 달라진다. 배경이 화면에 나타나 거래처나 상갓집이 아니라는 게 바로 들통난다. 애인, 배우자, 상사에게 ‘땡땡이 요주의 인물’로 찍히면 통화방식을 화상통화로 설정할 것을 요구받을 수도 있다.

화상통화 대중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더 각박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연인끼리나 가족이 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면 화상통화 이용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다. 이동통신 업체가 들으면 사업 망치려고 작정했냐고 하겠지만, 가끔은 상사나 아내에게 거짓말도 할 수 있는 게 더 살기 좋은 세상 아니냔다. 상대에게 화상통화 이용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도 필요하단다. 화상통화 이용을 자제하면 요금도 절약된다.

그동안 통신 이용이 남용된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싶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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