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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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텔레콤이 가입자의 신청을 받아 단말기 화면 한쪽에 작은 창을 만들어 생활정보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오늘은?’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단말기를 열면 작은 창에 그날의 주요 뉴스 제목이 순차적으로 보여지고, ‘오늘은?’이란 버튼을 누르면 창이 전체 화면으로 커져 내용을 볼 수 있게 한다. 엘지텔레콤은 이곳을 통해 날씨와 운세 정보도 보여준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단말기를 ‘오늘은?’ 버튼이 달린 것으로 바꾸고, 이용 신청을 해야 한다. 월 900원의 이용료가 부과된다.
지금까지는 이동전화로 뉴스나 날씨 같은 정보를 보려면, 무선인터넷에 접속한 뒤 해당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찾아 들어가야 했다. 이에 비해 ‘오늘은?’은 엘지텔레콤이 정보를 가입자 단말기 액정화면에 만들어진 작은 창으로 밀어넣어 보게 하는 방식이다. 이용자 쪽에서 보면,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찾는 불편을 줄어든다. 월 이용료만 내면 추가 요금 부담 없이 뉴스나 날씨 정보를 언제나 볼 수 있는 것도 이 서비스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에는 엘지텔레콤의 ‘노림수’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가입자 단말기로 정보를 밀어넣어도 좋다는 동의를 받는 것이다. 가입자 쪽에서 보면, 엘지텔레콤이 어떤 정보라도 밀어넣을 수 있도록 단말기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다. 엘지텔레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만을 골라 보내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엘지텔레콤이 생각하는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와 가입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광고가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로 포장될 수 있다. 뉴스나 날씨 같은 정보를 보여주면서 광고를 함께 보게 할 수도 있다. 엘지텔레콤도 서비스를 시연하면서 “고객이 거부감을 갖지 않는 수준에서 광고를 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오늘은?’ 서비스 이용자는 이용료를 내면서 광고를 봐주는 꼴이 된다.
유선 초고속인터넷에서는 이용자 컴퓨터로 데이터를 밀어넣는 기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모두 ‘고객 편의’를 앞세워 이용자 동의를 받아낸다. 하지만 이 때문에 큰 불편을 겪는 사례도 많다. 고객 편의를 앞세워 동의를 받은 뒤, 아무 때나 창을 띄워 광고를 보게 하거나 심지어 악성코드를 몰래 심는 통로로 악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서비스에 딴죽을 걸려는 게 아니다. ‘오늘은?’ 서비스를 신청하는 게 엘지텔레콤에 단말기 문을 열어주는 것과 같은 만큼, 늘 악용 가능성을 경계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주고 싶은 것뿐이다. 엘지텔레콤도 가입자당 매출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동통신 업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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