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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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동통신(HSDPA)이 기존 이동전화와 다른 점을 꼽으라면, 첫째가 화상통화다. 단말기에 달린 카메라와 액정화면을 통해 상대 얼굴을 보며 통화를 할 수 있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 나선 케이티에프와 에스케이텔레콤 모두 화상통화 기능을 내세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에 딸린 화상통화 기능을 연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끼리 이용하면 작은 화면을 통해서나마 보고 싶은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로 사시는 부모님께 문안인사를 드릴 때도 유용하다.
하지만 화상통화 기능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하면서도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은 따로 있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이다.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장애 특성상 음성통화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은 이동전화를 이용해 통신을 할 때 문자메시지를 이용해왔다. 하지만 제약이 많았다. 약속 시간이나 장소 같은 간단한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의 통신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들이 화상통화 기능을 이용하면, 수화로 통신을 할 수 있다. 음성통화보다는 못하지만 문자메시지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편하다.
하지만 화상통화는 요금이 비싸다. 10초당 30원을 물어야 한다. 음성통화 요금이 10초당 18~20원(표준요금 기준)인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높다. 더욱이 케이티에프는, 화상통화가 부가서비스란 이유로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해서도 요금을 감면해주지 않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청각·언어장애인 가입자들에게는 화상통화 요금을 35% 깎아주고 있지만, 10초당 22.5원으로 음성통화료보다는 높다. 청각·언어장애인 쪽에서 보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요금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어느 나라나 통신 요금을 정할 때는 소외 계층을 배려한다. 우리나라도 ‘복지통신’이라고 해서, 시내전화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유지하고, 저소득층과 장애인 같은 소외 계층에 대해서는 통신 요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가입자에게는 가입비를 면제해주고 기본료와 음성통화료를 최대 35%까지 깎아주고 있다. 하지만 청각·언어장애인은 장애 특성상 음성통화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지통신 혜택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다른 장애인 가운데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이동통신을 이용해 통신을 할 때 복지통신에 따른 요금 할인까지 음성통화, 화상통화, 문자메시지 가운데 유리한 것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
청각·언어장애인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통신 수단 가운데 문자메시지 요금은 원가보다 12배 가까이 높다. 청각·언어장애인이라고 해서 35% 할인을 받아도 건당 19.5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화상통화 요금 역시 일부 업체는 부가서비스라고 해서 청각·언어장애인에 대해서도 요금을 감면하지 않고 있다. 청각·언어 장애를 가져 음성통화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통신 요금을 비싸게 물고 있는 꼴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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