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초고화질 TV 시장 전망
풀HDTV 선명도 높지만 지원 콘텐츠 턱없이 부족
100만원대 플레이어 따로 사야…“5년 뒤에나 논의”
100만원대 플레이어 따로 사야…“5년 뒤에나 논의”
학원강사 이아무개(40)씨는 얼마전 300만원을 주고 40인치 초고화질(풀HD) 티브이를 마련했다. 가격은 같은 크기 고화질(HD) 티브이보다 80만원이나 비쌌지만, “화질이 2배 이상 선명하고 조만간 풀HD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대리점 직원의 말에 이끌렸다. 하지만 최고급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기대는 금새 접어야 했다. 초고화질을 지원하는 콘텐츠는 몇몇 외국영화 타이틀이 전부인데다, 그마저도 100만원대 플레이어를 따로 사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공중파 방송을 최고급 영상으로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뭔가 속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 디지털 티브이 시장은 ‘초고화질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엘지·소니 등은 앞다퉈 초고화질 새모델을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들어 선보인 새 모델 18가지에서 5가지, 엘지전자는 11가지 중 3가지가 풀에이치디급 모델이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초고화질 티브이는 높은 해상도(1920×1080/200만 화소)와 이중주사방식(1080p)을 채택해, 선명도가 기존 고화질(HD)보다 2배, 디브이디(DVD) 화질보다 6배 이상 높다. 가격은 고화질 티브이보다 20~30% 가량 비싸다.
문제는 초고화질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초고화질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콘텐츠는 소니·워너브러더스 등이 제작한 영화 타이틀 300여편과 최신 게임프로그램이 전부다. 더구나 이런 콘텐츠를 즐기려면 블루레이나 에이치디-디브이디(HD-DVD) 같은 고용량 저장장치 플레이어를 따로 사야한다. 플레이어 가격만 100만원대다.
공중파·케이블·위성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초고화질을 즐기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의 디지털방송 전환 계획은 고화질(HD)급 콘텐츠가 기준이며, 초고화질로 확대하는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은 “제작 단계부터 집적도를 높여야 제대로 된 초고해상도 화질을 볼 수 있다”며 “당장은 고화질급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초고화질 콘텐츠는 디지털방송 전환 목표인 2012년 이후에나 논의할 문제라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뱅크 홍주식 연구원은 “풀에이치디 화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가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초고화질 경쟁에 열을 올리는 건 초기 시장선점과 수익성 확보 때문이다. 엘지전자의 한 마케팅담당 임원은 “디지털 방송 전환은 최근에야 속도가 붙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디지털 티브이를 출시하며 준비를 해왔다”며 “초고화질 티브이 시장도 초기에 수요를 선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뱅크의 홍 연구원은 “일반 평판 티브이의 가격 경쟁이 워낙 치열해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풀에이치디 등 프리미엄 제품의 마케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조업체들은 티브이는 한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사용하는 제품이어서 앞선 기능과 제품을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화된 고화질 티브이도 이미 7년 전에 첫 제품이 나왔지만, 현재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의 고화질 콘텐츠 편성률은 20%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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