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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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10일 중국 상하이 로얄메리디안 호텔에서 열린 ‘휼렛패커드 2007 모빌리티 서밋’ 행사에서 인텔의 새 노트북 컴퓨터 칩(센트리노 프로)이 소개됐다. 전 세계에서 초청된 400여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인텔은 센트리노 프로 칩의 특징을 설명했고 휼렛패커드는 이 칩을 장착한 새 노트북 컴퓨터의 주요 기능을 시연했다.
새 노트북 칩에 대한 소개는 1시간에 걸쳐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엉뚱하게도 프리젠테이션에 사용된 노트북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윈도엑스피’란 사실에 몰렸다. 첫 질문이 “왜 윈도엑스피를 깐 컴퓨터로 프리젠테이션을 했느냐?”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로 내놓은 ‘윈도비스타’를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물은 것이다. 시연을 맡았던 휼렛패커드 수석 엔지니어는 “윈도엑스피 메뉴가 익숙해서”라고 간단히 대답했다. 그는 이어 “노트북 신제품에 추가된 기능이 윈도엑스피에서도 잘 동작하고, 또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지 않았느냐”고 덧붙였다.
엠에스는 지난 1월 윈도비스타를 발표한 뒤 이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인텔과 휼렛패커드도 윈도비스타로 개인용컴퓨터(PC) 교체 수요를 일으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엠에스, 휼렛패커드, 인텔 같은 소프트웨어·컴퓨터·칩 공급업체들은, 컴퓨터 교체 수요가 일어나야 매출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존 제품에 대한 기술 지원을 중단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새 제품으로 바꿀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윈도비스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분위기에 떠밀려 멀쩡한 피시를 바꾸기도 한다. 그냥 쓰려니 뒤처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바꾸려니 컴퓨터 교체 비용과 윈도비스타의 안정성이 걸려서 조바심을 내는 이들도 많다. ‘구형 제품’을 쓰고 있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바꾸려고 하면, 적지 않은 돈을 들여야 하는 동시에 사용법을 새로 익혀야 하는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한다.
인텔과 휼렛패커드 엔지니어들의 윈도엑스피 사용은 이런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것을 그냥 사용하지, 왜 윈도비스타로 바꾸지 못해 안달이냐”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소프트웨어나 컴퓨터는 무조건 새 것을 쓰기보다 익숙한 것을 사용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윈도비스타를 사용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익숙해서 편하다는 이유로 윈도엑스피를 계속 쓰는 ‘이중적인 모습’도 읽혀진다. 물론 이번 행사 때 발표자로 나선 엔지니어들이 윈도엑스피를 사용했다고 해서 휼렛패커드와 인텔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다 윈도엑스피를 쓴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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