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 신고건수 추이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신고 3년새 2100% 급증
#1.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휴대폰 요금이 10만원이 넘게 나왔다. 청구서에는 소액결제로 8만원이 청구되어 있었다. 아들에게 물으니 놀랍게도 “대출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8만원을 청구해서 선이자로 50%를 뗀 4만원을 계좌로 입금받았다고 했다.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부모 명의로 가입되어 있는 휴대폰이어서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대출이 됐다. 어이가 없다.” 김아무개(40·회사원)씨.
#2. “온라인게임 리니지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사용료 5만9400원이 소액결제로 청구됐다. 억울하다. 소액결제회사에서는 1주일 뒤에 연락을 준다는 대답뿐이었다.” 정아무개(28·회사원)씨.
#3.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기에 휴대전화로 퀴즈를 풀었더니 5만100원이 청구됐다. 데이터 통신료 정액제여서 추가 요금이 없을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 알아보니 한 문제당 300원이라고 해 항의 끝에 환불받기로 했다.” 이 아무개(25·여·회사원)씨.
휴대폰을 통한 소액결제 피해 호소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액결제와 관련된 피해신고 건수가 2003년 59건에서 2004년 329건으로 5배 이상 늘어난 이후, 2005년 556건 2006년 1269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 6월12일 현재에도 529건에 달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운영중인 ‘휴대폰·ARS 중재센터’에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93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이렇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소액결제 사업자를 규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 4월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계류중인 탓이다. 애초 휴대폰 소액결제 관련 업무는 재정경제부 관할이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로 이관된다. 한번만 결제했는데 ‘매달 자동결제’ 피해 가장 극심…피해 보상은 ‘요원’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http://cafe.daum.net/soeaek)에는 14일 현재 1만1천여건의 피해 접수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나도 모르게 결제가 됐다”, “한 번만 결제했는데 계속 결제가 되고 있다”, “이벤트라고 해서 눌렀더니 계속 결제가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휴대폰·ARS 중재센터’의 자료를 보면 전체 피해신고 가운데 43.4%인 1170건이 ‘자동결제’와 관련된 민원이었다. 주로 MP3 파일을 다운받거나, 바이러스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이트의 피해 신고율이 높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있지만 정작 해결되었다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이 피해자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합법적 요건’을 갖추어 놓기 때문이다. 이용자 약관에 동의를 하거나, 휴대폰의 인증키를 입력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유료결제의 여부와 자동으로 결제가 연장된다는 약관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면 피해를 막기 어렵다. 명백히 본인이 명의를 도용당한 경우가 입증이 되어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2국의 최은실 팀장은 “일단 인증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면 다시 약관을 꼼꼼히 확인해 유·무료 서비스를 확인해야 한다”며 결제한 적이 없음에도 금액이 청구되었다면 해당업체에 바로 항의를 하고 소보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에서는 “이통사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소액결제 차단 신청을 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휴대폰 깡’ 청소년도 휴대폰 소액결제 형식의 ‘대출’
포털에 대대적 광고…정부 “마땅한 규제 근거 없어”
최근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이는 곳은 이른바 ‘휴대폰 깡’이라고 불리는 휴대폰 대부업체들이다. ‘휴대폰 대출’은 인터넷상의 아이템이나 물품을 거래한 것으로 속여 휴대폰으로 소액결제를 받고 여기에서 선이자를 뗀 금액을 계좌로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보통 40~50%의 높은 선이자를 뗀다. ‘신용불량자와 미성년자의 대출은 불가능하다’고 업체쪽은 밝히지만,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상당수가 부모 명의로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이동통신 회사별로 본인 신용등급에 따라 한달에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소액결제를 통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휴대폰 소액대출 전문 ㅂ사의 홈페이지에는 “전화로만 신청하고 상담하면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마땅히 규제할 법적 장치도 없는 실정이다. 제주경찰서에서 지난 5월 3일 인터넷상에 소액대출 대부업 사이트를 개설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40%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2100만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최모씨(36.여)를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었다. 하지만 이는 대부업 등록을 안하고 영업을 하고 이자율 제한을 어겼기 때문이지 휴대폰을 통한 대부업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지급결제 대행사업자 “휴대폰 대출, 실제론 정상결제로 보여…우리도 알 길 없어 답답”
지급결제대행 사업자인 다날 홍보팀 이은아 팀장은 “휴대폰 대출의 경우 정상적인 결제 처리를 통해 발생해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갑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포털사이트에서 휴대폰 대출을 검색해보니 스폰서링크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포털에서 ‘휴대폰 결제’검색어를 입력했을 경우, 친절하게도(?) 자동완성이 지원되면서 스폰서 링크가 검색결과에 노출됐다.
국회에 계류중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서혜석 열린우리당 의원 대표발의)에는 휴대폰을 이용한 대부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계류중이다. 때문에 재경부와 정통부의 담당 공무원들은 “현재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정부에서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대출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경부, 정통부 담당 부서에서 모두 “정확한 현황파악이 안됐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현재 가장 활발한 이용도를 보이고 있는 ‘지급결제대행 사업자’(PG)들은 5개 정도다. 이들은 이통사의 망을 이용하는 이용료를 내고 CP들에 지급을 대행해주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으며 영업을 하고 있다.
“청구서에 결제내용 상세하게 기록해야”, 이통사는 “불가능하다”
소액결제의 피해를 증폭시키는 데는 이통사의 ‘불친절한’ 청구서도 한 몫을 한다. 이용자가 자기가 언제 어떤 컨테츠를 구입하는데 비용을 지불했는지 알 수가 없다. SKT, KTF, LGT 모두 청구서에 소액결제의 상세한 내용은 기록하지 않는다. 모두 지급결제대행 사업자의 이름만을 적어놓았을 뿐이다. 사용자의 요금을 선지불하는 일종의 신용카드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구서의 내용은 너무 빈약하다. 이런 이유로 이통사의 청구서에 소액결제의 상세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액결제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광숙(24)씨는 “소액결제의 자세한 사항을 알려면 해당 이통사의 상담원을 통해 물어봐야하는데 그 절차도 복잡하고 자세한 사항은 본인이 직접 또 한번 확인을 해야 한다”며 “청구서에 소액결제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팀의 송인호 사무관은 “이용자가 자신의 결제내용을 최대한 알 수 있도록 이통사의 청구서에 결제내역을 상세하게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보원의 최은실 팀장도 “청구서에 구체적인 항목이 나오면 소비자가 바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케이티에프(KTF) 홍보팀의 오영호 팀장은 “보통 결제 내용이 한 사람당 10건이 넘어가고 CP업체들만 2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소액결제 내용에 대해 일일히 청구서에 표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용자가 피해를 봤을 때 연락을 주면 즉각 그 내역을 통보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이렇게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지만 정부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소액결제 사업자를 규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 4월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계류중인 탓이다. 애초 휴대폰 소액결제 관련 업무는 재정경제부 관할이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로 이관된다. 한번만 결제했는데 ‘매달 자동결제’ 피해 가장 극심…피해 보상은 ‘요원’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http://cafe.daum.net/soeaek)에는 14일 현재 1만1천여건의 피해 접수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 “나도 모르게 결제가 됐다”, “한 번만 결제했는데 계속 결제가 되고 있다”, “이벤트라고 해서 눌렀더니 계속 결제가 된다”는 내용이다. 실제 ‘휴대폰·ARS 중재센터’의 자료를 보면 전체 피해신고 가운데 43.4%인 1170건이 ‘자동결제’와 관련된 민원이었다. 주로 MP3 파일을 다운받거나, 바이러스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이트의 피해 신고율이 높았다.
휴대폰을 이용한 소액대출 상품의 안내. 미성년자는 불가하다고 돼 있지만,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부모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때문에 청소년들도 손쉽게 '휴대폰 깡'을 받을 수 있다.
포털에 대대적 광고…정부 “마땅한 규제 근거 없어”
휴대폰을 소액결제를 통한 사실상 대부업이 횡행하고 있지만 마땅히 규제할 법적 장치는 없는 실정이다.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http://cafe.daum.net/soeaek)에 올라와 있는 피해 사례들.
한 이용자의 6월치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 소액결제 총액만 있을 뿐, 구체적 이용내역이 드러나 있지 않다.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팀의 송인호 사무관은 “이용자가 자신의 결제내용을 최대한 알 수 있도록 이통사의 청구서에 결제내역을 상세하게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보원의 최은실 팀장도 “청구서에 구체적인 항목이 나오면 소비자가 바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고 말했다. 하지만 이통사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케이티에프(KTF) 홍보팀의 오영호 팀장은 “보통 결제 내용이 한 사람당 10건이 넘어가고 CP업체들만 2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소액결제 내용에 대해 일일히 청구서에 표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용자가 피해를 봤을 때 연락을 주면 즉각 그 내역을 통보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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