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지난 6월20일치 〈한겨레〉 2면에 이동통신 업체들이 청소년 요금제로 청소년들을 이동전화 다량 이용자로 길들이는 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다는 기사를 썼다. 청소년 요금제에 가입해 이동전화를 이용하다 만 19살이 넘어 일반 요금제로 전환한 뒤 갑자기 불어난 요금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례를 보여줬다.
청소년 요금제란 청소년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요금제로, 요금이 일반 요금제를 이용할 때보다 싸다. 대신 이 요금제에 가입해 이동전화를 이용하다 성인이 되면 일반 요금제로 바꿔야 한다. 가입자가 알아서 전환하지 않으면 강제로 표준요금제로 전환된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에 올려진 이 기사 밑에 수백건의 댓글이 달렸다. ‘바로 내 사례다’, ‘요즘 이동전화 습관 바꾸기 위해 엄청 애쓰고 있다’, ‘이동통신 업체들에게 낚이지 않도록 조심하자’, ‘청소년들에게 이동전화 요금을 싸게 해주면 칭찬을 해줘야지 웬 딴지냐’, ‘청소년 요금제의 요금을 올리란 말이냐’, ‘한겨레가 이동전화 요금을 올리고 싶어하는 이동통신 업체들에 낚였다’ 등 내용도 다양하다. 기자로서 취재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사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동전화 요금 인하 요구 목소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의 얘기가 시발점이 됐다. 요금제를 바꾼 뒤 월 10만원을 훌쩍 넘은 이동전화 요금을 줄이기 위해 이동전화 이용 습관을 바꾸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잘 아는 이동통신 업체 직원에게 “이런 사례가 많으냐”고 물었더니, “청소년 요금제는 미래 매출을 창출하는 중요한 마케팅 전략”이라며 “이용자 쪽에서 보면 다량 이용 습관을 갖게 됐으니 요금이 불어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3사에 청소년 요금제에 대해 물어보면 한결같이 “청소년들의 이동전화 요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기사가 나가고 며칠 뒤 한 이동통신 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직원에게 다시 물었다. “속을 보면 다 마케팅의 일환인 게 당연하지 않으냐”며 “다 알면서 뭘 자꾸 물어보느냐”고 면박을 줬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학교와 학원 등에는 소프트웨어를 공짜 수준의 가격으로 주는 것과 같은 전략”이란다.
이동통신 업체들의 전략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었다. 단지 청소년 요금제에 이런 ‘함정’이 있다는 것을 청소년 이동전화 이용자와, 자녀들의 이동전화 요금을 부담하는 부모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댓글에도 있는 것처럼, 청소년 요금제에 ‘낚일’ 것인지 말 것인지, 함정을 치워 달라고 이동통신 업체 쪽에 요구할 것인지 등은 이용자의 몫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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