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기어 솔리드
게임 세상
3년 전 ‘테러국 소탕’이라는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이라크전은 되레 지금 미국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세계를 지배했던 ‘미국식 정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슈퍼 파워를 꿈꾸는 미국, 게임에선 어떤 모습으로 묘사됐을까.
엑스박스360용 ‘고스트리콘: 어드밴스트 워파이터’는 세계 분쟁 지역에 참전한 미군의 활약상을 그린 게임이다. 전작에서는 북한을 다루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이번엔 미국의 인접국가 멕시코를 무대로 삼았다. 미국은 반란군으로부터 멕시코를 지키기 위해 고스트리콘 부대를 급파한다. 최첨단 무기를 들고 요인 암살, 핵무기 탈취 등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투기를 동원해 주변을 초토화시키거나, 블랙호크로 일거에 ‘적’을 섬멸할 수 있다.
현존하는 미군의 최신 무기는 물론 부대 운영 및 전술까지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됐다. 사용자들은 절대적 힘의 상징인 ‘미국식 영웅주의’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물론 게임은 멕시코의 내전 배경, 또는 저항군이 반기를 든 이유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부패한 멕시코 정부 때문인지, 사리사욕의 무장 세력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미국에 대항하는 자체만으로 그저 없어져야 할 ‘절대악’이다.
플레이스테이션2용 ‘메탈기어솔리드 3’(왼쪽)는 미국 권력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한다. 이 작품은 냉전시대 미-소간 치열한 정보전을 다룬 게임이다. 게임은 미국 권력의 배후에 미중앙정보국(CIA)이 있다고 말한다.
타국 분쟁을 배후 조종하거나, 미국 대통령을 갈아치우려거나, 역사 문화까지 바꾸려는 등 결국 미국마저도 건드릴 수 없는 초국가적인 권력 집단으로 시아이에이는 변한다. 게임은 견제 세력이 없는 미국이 어떤 미래를 맞게 될지 다소 섬뜩한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다.
미군을 소재로 한 게임들은 많다. ‘아메리카 아미: 오퍼레이션’(오른쪽)은 미 육군이 직접 젊은이들의 군 입대를 장려하려고 만든 게임이다. 사용자가 군대에 들어가 여러 전투기술을 익히는 등 실제와 똑같은 훈련을 받게 된다. 티브이 속 이라크 공습 장면을 게임으로 착각하는 미국 젊은이들에겐 그보다 좋은 홍보 수단이 없을지 모른다.
세계 분쟁지역의 구원자를 자처한 게임 속 미국의 위력은 가히 막강하다. 하지만 평화라는 명목이 철저히 미국식 정의와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허용되는 현실의 이면을 게임에선 대부분 감추고 있다.
이덕규/게임메카(www.gamemeca.com) 기자
아메키라아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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