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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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장관이, 정통부의 규제를 받는 통신업체 사장 집에 세 들어 사는 게 적절한 처사라고 보십니까?”
“정통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의 이동전화 요금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요금제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이 싸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잘못 알려온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동전화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내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유영환 정통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 때 ‘반드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질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오는 30일 그를 상대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지금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하나로텔레콤 사장 소유의 아파트에 세 들어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16일 이 집으로 이사했다. 올 초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정통부 차관이 정통부의 규제를 받는 통신업체 사장 집에 세 들어 사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당시 그는 “집 얻는 일을 아내가 도맡아 해 나는 그 집이 하나로텔레콤 사장 소유인지 몰랐고, 시세대로 전세금을 냈다”며, 전세 계약금 송금 내역까지 공개했다. 뭐가 문제냐고 항변했다. 경기도 과천에 집을 두고도 대치동 아파트에 세 들어 사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의 학원이 멀어서”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제 통신시장에 대한 규제를 포함해 정통부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정통부 장관에 내정됐다. 정통부 장관이 통신업체 사장 집에 세 들어 사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다시 일 수밖에 없다. 하나로텔레콤은 현재 대주주 지분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미 실사가 진행중이다. 경영권이 바뀌는 것이라 정통부의 공익성 심사를 받아야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 정통부 장관이 하나로텔레콤 사장 집에 세 들어 사는 게 괜한 오해를 불러 정책 결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동안 정통부가 케이티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는 것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통부의 한 간부도 “오해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장관님이 문제라고 보지 않고 있으니 어쩌겠느냐”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회원국 이동전화 요금 비교치가 잘못 조사된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이동전화 요금이 외국보다 싸다고 강조해온 ‘과오’를 푸는 것도 유 장관 내정자의 숙제다. 지금은 ‘대선’ 국면이다. 이동전화 요금인하는 표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소재다. 거기다 정통부의 ‘약점’까지 잡았는데 정치권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당장 대선 후보가 확정된 한나라당 의원들부터 이동전화 요금인하 확답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잘못됐거나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으면 즉시 바로잡는 게 옳다. 정통부 차관이 통신업체 사장 집에 세 들어 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 보고서가 제대로 조사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근거로 삼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들 부분에 대해서는 정통부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슨 배짱으로 뭉개고 있느냐는 것이다.
청문회 때의 유 장관 내정자의 답변이 기대된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청문회 때의 유 장관 내정자의 답변이 기대된다.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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