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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아이들 인터넷 중독은 ‘어른 죄’ 다른 재밋거리 뭐 없을까요

등록 2007-09-17 18:56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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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살짜리 아이들이 인터넷게임 중독에 빠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부모정보감시단이 최근 3~5살짜리 아이를 둔 부모 23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들의 자녀 가운데 2% 정도가 이미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단다. 당장 인터넷게임 이용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중독에 빠질 수 있는 아이들도 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내용의 신빙성을 떠나 3~5살짜리 아이들에게도 ‘인터넷게임 중독’이란 단어가 붙었다는 게 충격이다.

3~5살이면 부모 보살핌을 받을 때다. 이들이 게임에 중독됐다면 부모 탓이다. 아이를 방치했을 수도 있고, 어린아이를 컴퓨터 앞에 끌어다 앉히는 부모의 욕심이 아이에게 잘못된 습관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지난 8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주최로 열린 ‘인터넷 쉼터 캠프’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엄마 아빠는 집에 늦게 들어오고 함께 놀 친구도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넷게임을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 10시간은 기본이고,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인터넷게임을 이용한 적도 있다.” 캠프에 참석한 초·중·고등학생들의 얘기다. 캠프 교사들은 “집에서는 밥을 제대로 못 먹다 여기 와서는 꼬박꼬박 하루 세 끼를 챙겨 먹으니까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소화제를 찾는 애들도 많다”고 전했다.

“다른 재미있는 거리가 있으면 인터넷에 빠질 이유가 없어요. 인터넷게임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재미있지만, 친구들과 놀러 다니는 것보다 재미있지는 않아요.” 잠도 거의 안 자며 3일 동안 인터넷게임만 해본 적도 있다는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의 말이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이나 게임에 빠지는 게,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그들의 나이에 맞는 재밋거리를 제공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음을 알게 한다. “학교에서 캠프 가면 조교들이 군인들처럼 기합으로 군기잡기부터 하고, 고압적으로 힘든 것만 시켜요. 그런데 이번 캠프는 도우미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도와주니까, 힘든 프로그램도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군대 문화에 젖어 있는 기존 캠프의 운영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인터넷 중독 치료를 받거나 인터넷 쉼터 캠프에 참여해야 할 대상은 청소년들이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가 돼야 한다. 가정, 학교, 사회를 대표하는 어른들이 캠프에 모여 어떻게 하면 자녀, 학생, 청소년들에게 그 나이에 맞는 재밋거리를 제공해 인터넷 중독에 빠지지 않게 할까를 고민하게 하는 게 옳다. 아빠는 퇴근 뒤 술타령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가서 아이들과 놀기, 학교는 학생들에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거리 만들어주기, 사회는 청소년들을 조기교육·입시지옥에서 해방시켜 즐겁게 생활하며 크게 하기 등등. 청소년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처는 ‘항생제 효과’도 내기 어렵다.

자녀에게 ‘중독’이란 말이 붙게 하기 싫으면, 퇴근 즉시 집으로 가자. 오늘부터 당장.


김재섭 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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