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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폭정항거 봉기’ 온라인이라고 다르랴

등록 2007-10-01 19:12수정 2007-10-01 21:02

리니지2
리니지2
게임세상
미얀마 민주화 항쟁에 세계인의 눈귀가 집중되고 있다. 군부독재와 시민들 간의 충돌로 참혹한 유혈사태까지 빚었다. 부패한 권력과 이를 용납하지 않는 민초들의 항쟁은 현실의 일만은 아니다. 게임 속에서도 권력에 맞서 이용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으려는 항쟁의 역사를 볼 수 있다.

지난 2003년 〈리니지 2〉(사진)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민중봉기 ‘9서버 항쟁’은 온라인게임 항쟁의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게임에서 캐릭터의 레벨은 곧 힘이다. 레벨이 높을수록 좋은 무기와 멋진 옷을 얻을 수 있고, 게임머니도 많이 모을 수 있다. 온라인게임은 레벨에 따라 철저히 나뉘어 있는 신분사회이기도 하다. 당시 〈리니지 2〉 9번째 서버에는 ‘제국’이란 혈맹이 있었다. 혈맹이란 온라인게임 상에서 뜻을 함께하는 이용자들이 결성하는 일종의 공동체 조직이다.

〈리니지 2〉에는 1000개 이상의 혈맹이 저마다 최고가 되려고 경쟁하고 있다. 이 중 높은 레벨의 캐릭터들로 조직된 제국혈맹은 수많은 군소혈맹들을 제압하고 막강한 권력집단으로 성장했다. 게임의 패권을 장악한 제국혈맹은 무력을 앞세워 레벨이 낮은 대부분의 이용자들을 억압했다. 이들은 게임 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자리를 독식하고 다른 이용자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다 보니 게임 내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불만을 표출한 이용자들은 무차별 피케이(게임 내에서 캐릭터를 살해하는 행위)의 대상이 됐다. 계속되는 제국의 폭정에 급기야 이용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9서버 이용자들은 혁명군을 조직하고 게임 곳곳에서 시위를 했다. 시위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수백 명에 이르렀다. 제국과 혁명군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접전을 계속했다. 9서버의 항쟁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서버 이용자들에게도 알려져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결국 혁명군은 제국혈맹을 해산시키고 차별 없는 게임 환경을 쟁취했다.

또 게임 개발사의 불합리한 정책에 반대해 이용자들이 게임상에서 시위를 벌인 경우도 있다. 2005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한달 2만원이 넘는 비싼 게임요금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샀다. 이용자들은 게임상에서 요금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캐릭터 알몸시위를 하는가 하면 게시판을 통해 불매 운동도 전개했다. 게임 개발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뒤, 게임요금을 2만원 이하로 내리면서 결국 이용자들의 요구에 승복했다.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은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으며 게임을 발전시켜 왔다. 성공하는 게임일수록 이용자들의 열정이 뜨겁다. 민주화 항쟁이라는 아픈 대가를 치르고 성장한 우리 역사처럼 말이다.

이덕규/게임메카(www.gamemec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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