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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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 하나로텔레콤, 엘지데이콤, 온세통신이 공동으로 지난달 27일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가입자 간(망내) 통화료 할인 요금제 도입에 반대하는 정책건의문을 정보통신부에 냈다. 그 다음부터 케이티 홍보실을 통해 시외전화 원가보상률 수치를 여러 차례 요구했다. 원가보상률이란 서비스 원가와 요금을 비교한 수치로, 100%를 넘으면 그 만큼 초과 이익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케이티 쪽은 처음에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해마다 통신위원회에 원가보상률 수치를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재촉하자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망내 통화료 할인에 반대하는 정책건의문을 낸 것과 관련해, 살펴볼 게 있다며 다시 요구하자 “담당부서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며 피했다. 요금 인상을 꾀하는 시내전화나 공중전화 등의 원가보상률은 달라고 하지 않아도 공개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케이티는 “에스케이텔레콤이 가입자들에게 망내 통화료가 시외통화료보다 낮다고 선전할 경우, 시외전화는 그날로 끝”이라며 “에스케이텔레콤의 망내 통화료 할인은 시외전화 시장을 약탈하는 성격의 요금 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에스케이텔레콤이 계획대로 망내 통화료를 할인하면, 망내 통화료가 10초당 10원으로 10초당 14.5원인 시외통화료보다 싸진다. 케이티는 이동전화에서 유선전화로 거는(엠엘) 통화량 감소로 유선전화 업체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편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엠엘 통화가 발생하면 가입자에게서 받는 10초당 18~20원(표준요금제 기준)의 통화료 가운데 3.2원을 통신망 이용 대가(접속료)로 유선전화 업체에 준다.
유선전화 업체들이 수익이 줄 것을 걱정해 나름대로 대응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소비자 몫까지 넘보는 이기적인 행태는 비판받아야 한다. 망내 통화료 할인은 이동전화 이용자들의 요금인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유선전화 업체들은 그동안 시외전화로 ‘폭리’ 수준의 이익을 냈다. 2005년 국정감사 때 공개된 케이티 시외전화 원가보상률은 119%에 이른다. 원가보상률 100%에 포함된 투자보수(같은 금액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까지 포함하면 30% 가까운 이익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이후 시외통화량이 줄긴 했으나 감가상각에 따라 통신망 원가도 줄어 원가보상률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엠엘의 원가보상률은 시외전화보다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만큼의 요금인하 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케이티쪽은 기회있을 때마다 ‘원더풀 케이티’란 구호로 이용자를 앞세워 왔다. 망내 통화료 할인을 반대할 게 아니라, 기본료로 월 2500원을 더 받는 행태를 꼬집고 가입비 무료화와 기본료 인하를 요구하는 등 소비자와 보조를 맞춰 에스케이텔레콤을 압박하는 게 옳다.
하지만 케이티는 시외전화 원가보상률을 공개할 경우, 정책건의문을 낸 행동이 도덕성 시비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공개를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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