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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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케이티에프(KTF)의 통신망 전문가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잇따라 일어나는 3세대 이동통신망의 장애 원인에 대해 물어봤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한 이유도 없이 특정 지역 네트워크가 복잡해져 장애를 빚곤 하는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는 “재미있는 것은 고속도로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혼잡을 빚다 시간이 지나면 풀어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이동통신망에서도 발생한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3세대 이동통신망에 비하면, 이전 2세대 이동전화 통신망 운용은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했다. 그만큼 복잡해졌단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가입자들이 체감하지 못해 통신망 장애로 기록되지 않았을 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통률과 완료율이 뚝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현상이 잦다”며 “에스케이텔레콤 쪽 엔지니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쪽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실제로 3세대 이동통신망 장애는 케이티에프뿐만 아니라 에스케이텔레콤에서도 일어났다.
그의 설명으로, 3세대 이동통신망 장애는 ‘고장’에 따른 게 아니다. 특정 지역의 통신망이 끊어졌거나 장비가 고장난 게 아니라, 데이터량이 몰려 발생한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는 빠른 데이터통신 속도를 활용하는 부가 기능들이 다양하게 붙어 있다. 또한 좀더 많은 가입자를 수용하고, 좀더 많은 부가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게 하기 위해 통신망을 가입자끼리, 혹은 부가서비스끼리 공유하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더 정교하게 통신망이 운용돼야 한다. 미숙하면 특정 지역 통신망으로 데이터가 몰리거나 특정 대역이 복잡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그 지역이나 대역의 소통율과 완료율이 떨어져 ‘장애’가 발생한다.
실제로 기존 이동전화가 통화량 증가로 장애 현상을 빚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갑자기 눈이 쏟아지거나 새해를 맞는 종소리가 울릴 때에는 일시에 통화량이 폭증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3세대 이동통신망의 장애는 대부분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발생했다. 케이티에프와 에스케이텔레콤도 장애 원인에 대해 “신호가 몰려 병목 현상을 빚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신호가 왜 몰렸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3세대 이동통신망의 장애는, 3세대 이동통신망을 기존 2세대 이동전화 통신망처럼 운용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세대 이동통신망의 특성을 온전히 파악해 그에 맞는 운용체제를 갖추지 못한 채 상용서비스를 서둔 결과일 수도 있다. 케이티에프의 통신망 전문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세대 이동통신망 장애는 최근 들어 일어난 것만도 다섯 차례에 이른다. 두 차례는 가입자들에게 보상까지 했다. 장애가 또 발생하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지금이라도 3세대 통신망 확충과 운용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jskim@hani.co.kr
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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