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와인판매대에서 할인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불공정행위 기승 여전…상품 선택 기회 뺏기는 소비자도 피해
요즘 즐겨쓰는 수법
주문코드 삭제하기
책자비용 떠안기기
재고물품 떠넘기기
가격 멋대로 정하기 요즘 이마트에 가면 다른 대형마트 매장에서는 팔고 있는 아사히 캔맥주를 찾아볼 수 없다. 이 맥주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 10월 18~24일 롯데마트에서 355㎖짜리 6개 들이를 10% 가격할인하는 행사를 했는데, 이 사실을 안 이마트 쪽이 아사히 캔맥주 코드를 전산에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코드를 삭제하면 주문이 이뤄지지 않아 납품을 할 수 없게 된다. “납품업체가 다른 경쟁업체에 더 싸게 납품을 해서 우리가 불이익을 본다면 굳이 해당업체 물건을 팔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이마트 쪽의 코드 삭제 이유였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납품업체들은 언제 어떻게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대형마트들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한 것이다.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당한 납품업체들은 이런 사실을 언론에 밝히길 꺼린다. 대형마트 쪽의 또 다른 보복이 두려워서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마트들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납품업체들에 이런저런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업체가 들어주지 않으면 코드를 삭제해 납품을 막아버린다. 이는 납품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특정업체의 상품이 고의로 매장에서 빠지게 되면 그 업체의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된다. 지난 9월 홈플러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홈플러스 쪽이 전통주업체인 국순당 쪽에 판촉행사를 요청했으나 국순당 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순당의 제품 코드를 삭제해 납품을 받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국순당 일부 제품을 아직도 구입할 수 없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판촉행사를 하면서 하이네켄 맥주 가격을 일방적으로 내려 전단지에 게재·판매해 하이네켄 쪽이 홍역을 치렀다. 이 사실을 안 다른 대형마트업체들이 홈플러스와 같은 가격으로 납품하라는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추석 때 와인업체들과 선물세트 안내책자를 제작하면서 책자 발간비용을 한푼도 내지 않고 모두 와인업체들에 떠넘겨 업체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 와인업체 직원은 “와인이 이마트 직매입 제품인데도 필름값, 종이값, 인쇄비 등 모든 비용을 와인업체들만 부담했다”며, “안내책자 제작으로 매출이 늘면 와인업체뿐 아니라 이마트도 함께 이익을 보는데 발간비용을 하나도 안내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가 재고부담을 모두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랜드 홈에버는 와인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자체상표 와인을 판매했으나 잘 팔리지 않자 지난 추석 때 재고를 와인수입업체인 금양에 떠넘겨 금양이 사들이게 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홈에버는 금양 쪽에 와인을 떠넘기는 대신 금양의 상품 판매 위치를 좋은 곳으로 지정해주는 특혜를 주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 직원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행태도 여전하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와인 납품업체 판매사원들을 음료나 다른 주류 상품을 진열하는 데 하루 3~4시간씩 동원해 원성을 사고 있다. 한 주류업체 직원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사원들이 권하는 와인을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와인업체는 판매사원을 배치하고 있는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와인 판매사원들에게 음료와 소주·맥주 등의 진열 일까지 시킨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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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자비용 떠안기기
재고물품 떠넘기기
가격 멋대로 정하기 요즘 이마트에 가면 다른 대형마트 매장에서는 팔고 있는 아사히 캔맥주를 찾아볼 수 없다. 이 맥주를 수입·판매하는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 10월 18~24일 롯데마트에서 355㎖짜리 6개 들이를 10% 가격할인하는 행사를 했는데, 이 사실을 안 이마트 쪽이 아사히 캔맥주 코드를 전산에서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코드를 삭제하면 주문이 이뤄지지 않아 납품을 할 수 없게 된다. “납품업체가 다른 경쟁업체에 더 싸게 납품을 해서 우리가 불이익을 본다면 굳이 해당업체 물건을 팔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이마트 쪽의 코드 삭제 이유였다. 이처럼 대형마트의 ‘방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납품업체들은 언제 어떻게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대형마트들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한 것이다. 불공정 행위로 피해를 당한 납품업체들은 이런 사실을 언론에 밝히길 꺼린다. 대형마트 쪽의 또 다른 보복이 두려워서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마트들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납품업체들에 이런저런 부당한 요구를 하면서 업체가 들어주지 않으면 코드를 삭제해 납품을 막아버린다. 이는 납품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특정업체의 상품이 고의로 매장에서 빠지게 되면 그 업체의 상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된다. 지난 9월 홈플러스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홈플러스 쪽이 전통주업체인 국순당 쪽에 판촉행사를 요청했으나 국순당 쪽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국순당의 제품 코드를 삭제해 납품을 받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전국의 홈플러스 매장에서 국순당 일부 제품을 아직도 구입할 수 없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7월 판촉행사를 하면서 하이네켄 맥주 가격을 일방적으로 내려 전단지에 게재·판매해 하이네켄 쪽이 홍역을 치렀다. 이 사실을 안 다른 대형마트업체들이 홈플러스와 같은 가격으로 납품하라는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추석 때 와인업체들과 선물세트 안내책자를 제작하면서 책자 발간비용을 한푼도 내지 않고 모두 와인업체들에 떠넘겨 업체들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한 와인업체 직원은 “와인이 이마트 직매입 제품인데도 필름값, 종이값, 인쇄비 등 모든 비용을 와인업체들만 부담했다”며, “안내책자 제작으로 매출이 늘면 와인업체뿐 아니라 이마트도 함께 이익을 보는데 발간비용을 하나도 안내는 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가 재고부담을 모두 납품업체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랜드 홈에버는 와인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며 자체상표 와인을 판매했으나 잘 팔리지 않자 지난 추석 때 재고를 와인수입업체인 금양에 떠넘겨 금양이 사들이게 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홈에버는 금양 쪽에 와인을 떠넘기는 대신 금양의 상품 판매 위치를 좋은 곳으로 지정해주는 특혜를 주었다”고 말했다.
납품업체 직원들에게 아무런 대가도 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행태도 여전하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와인 납품업체 판매사원들을 음료나 다른 주류 상품을 진열하는 데 하루 3~4시간씩 동원해 원성을 사고 있다. 한 주류업체 직원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잘 모르기 때문에 판매사원들이 권하는 와인을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와인업체는 판매사원을 배치하고 있는데,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와인 판매사원들에게 음료와 소주·맥주 등의 진열 일까지 시킨다”고 말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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