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구로몬시장의 한 청과 점포가 반짝 세일을 하자 손님들이 몰려 과일을 고르고 있다. 구로몬시장은 백화점보다 판매하는 식품 종류가 많고 신선도가 높은 것으로 소비자들에게서 평가받고 있다.
교육 홍보 복리 교통 등 분야별로 빈틈없는 관리
값보다 질…“안심하고 좋은 상품 살 수 있는 곳”
값보다 질…“안심하고 좋은 상품 살 수 있는 곳”
사람향기 나는 시장 / ⑥ 오사카 구로몬시장
일본 오사카시 중앙구의 구로몬시장은 천장이 아케이드로 덮이고 바닥도 블록이 깔려 깔끔한 모습이다. 남북으로 350m쯤 되는 골목에 늘어선 180여개의 가게 판매대에는 소포장된 상품들이 아기자기하게 진열돼 있다. 생선가게조차 하루살이 따위 날벌레 하나 없이 깨끗한 냉장매대에 싱싱한 생선들이 투명비닐로 포장돼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0년의 역사를 지녀 오사카에서 가장 오래된 구로몬시장은 쇼핑객수가 하루 평균 1만8천여명, 연평균 15만명에 이른다. 구로몬시장상점가진흥조합 데미즈 군지 사무장은 “180여 상점 가운데 빈 점포가 거의 없다”고 자랑했다. 생선가게 ‘기타쇼’ 주인 기타구치 마사시는 “구로몬시장이 일본에서 활성화된 시장으로 꼽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손님이 줄었다”며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 활로를 고민하는 게 시장 발전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생존 노하우’로 2천여명의 단골고객 관리법을 소개했다.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42년간 운영해온 기타구치는 “할인행사 등을 알리는 홍보 엽서를 수시로 고객들에게 보낸다”고 귀띔했다. 그는 “상인들이 나름대로의 마케팅을 펼치는 데 상점가진흥조합의 교육 프로그램과 정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로몬시장상점가진흥조합은 180여 상점 운영자들이 투표로 상인들 가운데 35명의 임원을 뽑는다. 이 임원들은 할인행사나 캠페인 등의 소식을 담은 전단지 제작과 홈페이지 관리를 하는 교육정보위원회, 축제를 관장하는 복리환경위원회, 교통 혼잡이나 화재 방지를 담당하는 교통방재위원회, 포인트 적립 업무를 관리하는 스탬프위원회, 아케이드유지관리위원회, 근대화연구회 등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조합의 야마모토 요시아키(65) 부이사장은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인들이 힘을 모아야 재래시장이 살 수 있다”면서 “구로몬시장이 대형 슈퍼마켓이나 백화점의 틈바구니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도 일찌감치 상인들이 단합한 결과”라고 말했다. 구로몬시장 상인들은 50년 전 시장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현대화할 때도 모든 비용을 스스로 부담했다. 야마모토 부이사장은 “시장 내 블록별로 조직된 7개의 상인회가 소속 상인들의 의견을 모아 조합에 전달하는 등 의사 소통도 원활하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싸게 팔기보다는 질로 경쟁하는 것도 구로몬시장의 생존 전략이다. 조합의 데미즈 사무장은 “대형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견줘 값은 싸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구로몬에 가면 안심하고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석조리식품을 파는 가게는 음식 만드는 모습을 쇼핑객들이 지나다니며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생 관리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구로몬시장에서 자주 장을 본다는 다나카 게이코(48)는 “구로몬시장은 백화점보다 판매하는 식품 가짓수가 많고 질이 좋다”며 “상품을 구입하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토요일마다 할인행사도 벌인다”고 시장 예찬론을 폈다. 오사카/글·사진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시설 현대화보다 내용을 채워야”
일점일품 개발 등 자체 브랜드 만드는 게 살 길
오사카부 상점가 지원업무 담당 지무라 데츠야
“시설을 현대화한다고 소비자들이 시장을 찾지는 않습니다. 소비자가 가고 싶어 하는 그 시장만의 매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사카부에서 상점가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지무라 데츠야는 “자치단체들이 처음에는 시장 아케이드화 같은 하드웨어 쪽을 지원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해 콘텐츠 지원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상점가 매력향상 촉진사업’에 예산 비중을 대폭 높였다. 상점가 브랜드 만들기, 일점일품 사업(한 가게에서 대표 상품 한 가지씩 개발하는 사업), 정보지 발행, 지역통화(화폐) 사업 등에 사업비의 절반을 지원해준다.
지무라는 “재래상권의 상점들도 브랜드화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별로 시장의 특장이나 특화된 이미지를 브랜드화해 로고 등을 만들어 홍보해나가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점일품 사업’의 경우 자치단체뿐 아니라 지역내 대학 상학부와 상공회의소도 협력을 아끼지 않는다. 지무라는 “일점일품 사업은 상인들에게 주력상품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통화 사업’은 일정한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해 이들이 해당지역 시장이나 상가에서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시장 활성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오사카부는 상인들에게 더욱 향상된 상점 운영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상점가 활성화 매니저’도 파견해준다. 원하는 상인들에게 중소기업 전문가, 점포 시설·인테리어 전문가, 교수 등이 나가 조언을 해주고 있다. 비용은 전액 오사카부가 댄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시설 현대화보다 내용을 채워야”
일점일품 개발 등 자체 브랜드 만드는 게 살 길
오사카부 상점가 지원업무 담당 지무라 데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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