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텔레콤 가입자 수 추이
전 고객센터장 “삭제않고 재가입 권유 활용” 자료 공개
‘일시정지’ 처리 가입자 부풀려…회사 “지시한적 없다”
‘일시정지’ 처리 가입자 부풀려…회사 “지시한적 없다”
하나로텔레콤이 가입 해지를 신청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자사 전산망에 그대로 보관하며 재가입을 권하는 텔레마케팅 영업에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해지 신청자들을 ‘일시이용정지’ 신청자로 둔갑시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를 부풀리는 행위도 해왔다.
인천에서 하나로텔레콤의 고객센터(대리점)을 운영하다 최근 그만둔 안아무개씨는 16일 “하나로텔레콤이 해지 고객의 개인정보를 텔레마케팅 영업에 이용하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하나로텔레콤의 각 고객센터가 갖고 있는 해지 고객의 개인정보를 ‘쉐어드콜센터(SCC)’란 곳으로 보내, 텔레마케팅 영업에 활용되도록 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통신업체가 해지 고객의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영업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나로텔레콤 이용약관에도 해지 고객의 개인정보는 바로 삭제된다고 명시돼 있다.
안씨는 또 “하나로텔레콤이 해지 신청자를 ‘일시이용정지’ 신청자로 둔갑시키는 방법으로 가입자 수를 과장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고객센터별로 많게는 500여명까지 허수 가입자를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하나로텔레콤은 전국 140여곳에 고객센터를 두고 있어, 안씨의 주장대로라면 전체적으로 7만여명의 허수 고객이 있는 셈이다.
이날 안씨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하나로텔레콤은 해지를 신청한 가입자를 ‘인박스’ 명단에 올려 3~7일 동안 해지 방어 작전을 편다. 요금 할인과 경품 제공을 미끼로 해지 신청을 철회하도록 유도한다. 해지 방어에 실패하면 2차로 ‘윈백’ 명단에 올려 해당 가입자를 유치한 고객센터로 하여금 재차 구슬리게 한다. 안씨는 “고객센터의 해지 방어 작업이 길게는 3~5개월씩 걸리기도 한다”며 “이때 하나로텔레콤 전산시스템에는 해지 신청자가 일시이용정지 신청자로 관리된다”고 밝혔다. 안씨의 공개 자료에는 이런 불법행위가 하나로텔레콤 본사와 지사 주도로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내용들도 들어 있다.
실제로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이용자들은 가입을 해지할 때 무척 애를 먹어야 했다. 해지 신청 전화를 받지 않거나 신청을 받아놓고 처리를 미루는 사례가 많아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왔다. 초고속인터넷을 해지하고 몇 달이 지났는데 요금이 청구됐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씨는 “하나로텔레콤이 고객센터들에게 이런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 시점과 에이아이지-뉴브리지가 하나로텔레콤 지분 매각 움직임을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며 “대주주인 에이아이지-뉴브리지의 지분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려고 이런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나로텔레콤 쪽은 “일부 고객센터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독자적으로 한 것일 뿐 본사 차원에서 불법적인 영업행위를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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