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 중심의 묶음 상품 현황
엘지데이콤·하나로테레콤 ‘3가지 묶음’ 가입하면 20% ↓
인터넷TV 품질 미흡… 위성·케이블 끊지 않으면 이중 부담
인터넷TV 품질 미흡… 위성·케이블 끊지 않으면 이중 부담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초고속 인터넷에 ‘인터넷 텔레비전’(IPTV)을 묶거나 전화까지 더한 형태의 묶음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혹하고 있다. 각각의 서비스에 따로 가입할 때보다 요금이 20% 이상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터넷 텔레비전 서비스는 아직 ‘반쪽짜리’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엘지데이콤은 10일 엘지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엑스피드’, 인터넷 전화 ‘마이엘지070’, 인터넷 텔레비전 ‘마이엘지티브이’를 묶은 ‘3가지 묶음’ 상품을 내놨다. 이 업체는 “각각의 서비스에 가입할 때에 견줘 엑스피드 요금은 최대 10%, 마이엘지티브이 이용료는 20%까지 할인해 준다”며 “3가지 서비스가 한 회선을 통해 제공되는 진정한 ‘트리플플레이서비스’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엘지데이콤은 묶음 상품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전국의 대형 할인마트 100곳에 체험코너도 마련했다.
이런 형태의 묶음 상품은 하나로텔레콤도 팔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하나세트’는 초고속 인터넷, 집 전화, 주문형비디오 서비스인 ‘하나티브이’를 묶은 상품이다. 하나세트를 이용하면 각각 가입할 때보다 20%쯤 싸다. 하나로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초고속 인터넷과 집 전화를 쓰던 가입자가 하나티브이를 추가하면, 월 1만1천원짜리 하나티브이를 8800원에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케이티(KT)는 초고속 인터넷 ‘메가패스’와 인터넷 텔레비전 ‘메가티브이’를 묶은 것만 팔고 있다. 메가패스 가입자 가운데 ‘스페셜 가입자’에게는 월 8천원씩 하는 메가티브이 이용료를 20%, ‘엔토피아 가입자’에겐 15%, ‘프리미엄 가입자’에겐 10%를 깎아준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라이트 가입자’는 할인이 없다. 전화는 경쟁업체의 반발과 전화 매출의 감소를 우려해 포함시키지 않았다. 케이티 관계자는 “내년에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시작되면 이를 포함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묶음 상품의 요금을 서비스를 따로 이용할 때와 비교하면 분명히 싸다. 같은 업체의 초고속 인터넷과 전화를 쓰고 있던 이용자 가운데 텔레비전 드라마·뉴스·스포츠중계 따위를 하루 늦게 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을 끊고 인터넷 텔레비전 서비스가 들어 있는 묶음 상품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아직은 인터넷 텔레비전의 품질이 기존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대체하기 어려운 상태라 이용자 쪽에서는 거꾸로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인터넷 텔레비전에 가입하는 대신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끊지 못하면, 월 8천원 가량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도 인터넷 텔레비전의 한계로 꼽힌다.
업계 전문가는 “통신업체들의 묶음 상품에는 초고속 인터넷에 인터넷 텔레비전을 붙여 매출 정체를 타개하려는 전략이 숨어 있다”며 “인터넷 텔레비전의 품질이 위성방송이나 케이블방송을 대체할 수 있기까지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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