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집단분쟁 조정 현황
집단분쟁조정제도 시행 10개월째
피해보상 빨라지고 신청분야도 다양화 성과
예방효과도…업체 거부땐 제재수단 없어 한계 시행 10개월째인 집단분쟁조정제도가 소비자들의 권익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조정이 성립된 사건들의 경우 소비자들에게 피해보상이 곧바로 이뤄지고, 조정 신청 분야도 초기의 아파트 일변도에서 벗어나 렌탈 서비스, 전자상거래, 공산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분양단계에서 광고나 모델하우스가 실제 건축할 아파트와 차이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는 등 분쟁 예방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다. 13일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28일 집단분쟁조정제도가 시행된 뒤 지금까지 모두 12건의 조정 신청이 들어와, 참여 소비자 수가 682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건은 조정이 성립돼 소비자에게 배상이 이뤄지거나 진행되고 있으며, 1건은 분쟁조정위원회가 사업자에게 배상 결정을 내린 뒤 사업자의 수용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또 4건은 14일간의 집단분쟁조정 절차 공고와 추가 피해 신청 접수가 끝나 ‘집단분쟁 개시 공고’를 한 상태에서 해당 기업의 의견을 듣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가 법률 검토 중인 5건도 분쟁조정 절차 공고가 날 가능성이 커 참여 소비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사무국 권재익 국장은 “50명 이상의 소비자에게 동일하거나 비슷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신속하고도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집단분쟁조정제도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아파트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렌털 서비스, 공산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소비자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국장은 “수시 논술을 포기한 수험생들에게 대학이 전형료를 돌려주지 않거나, 1단계 모집 때 논술·면접전형료를 한꺼번에 받고는 탈락한 수험생에게 돌려주지 않는 대학들의 관행에 대한 분쟁조정 문의도 있었다”고 전했다. 앞으로 분쟁 종류에 따라서는 전국적으로 수천, 수만명의 소비자가 참여하는 초대형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건설업계에서는 분양 및 시공과정에서부터 집단분쟁의 불씨를 살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집단분쟁조정 대상이 되면 배상금액 부담에다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 아파트 건설업체 관계자는 “시공과정에서 작은 하자라도 생기지 않도록 이전보다 더욱 신경을 쓰고 있으며, 광고와 모델하우스를 제작할 때 쓸데없이 과장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업자가 조정을 거부할 경우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럴 경우 소비자가 배상을 받으려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소송기간이 길고 소송비용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은 집단분쟁조정에서 화해가 이뤄지지 않은 기업을 상대로 소비자가 소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고용 변호사를 현재 1명에서 3명으로 늘리는 한편, 소송지원 대상 소송가액 하한선을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소비자원 정혜운 변호사는 “렌털료 부당 청구 건을 다루는 데 참여 소비자 3200명에게 일일이 피해금액 증빙을 확보했다”고 업무량의 폭증 실태를 전하며 “30일 안에 신속히 보상 여부를 결정하려면 조정위에 대한 인력 및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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