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기들 “누가 누가 오래 버티나”
업체, 배터리 사용시간 늘리기 경쟁 치열
노트북, 한번 충전으로 10∼17시간 지속
전력 소비 적고 휴대 간편한 ‘넷북’ 인기
노트북, 한번 충전으로 10∼17시간 지속
전력 소비 적고 휴대 간편한 ‘넷북’ 인기
‘오래 버티는 놈만 살아남는다.’
디지털 기기 경쟁에서 지구력 경쟁이 뜨겁다. 기기들의 크기가 작아지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담게 되어 휴대성이 높아졌지만 사용시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디지털 기기는 하나같이 긴 작동시간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달 초 한국휴렛팩커드는 충전 없이 17시간 연속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엘리트북6930p를 출시했다. 델코리아도 사용시간을 19시간까지 늘린 래티튜드 E6400 모델을 내놓았다. 추가 배터리를 이어서 사용해야 하며 전력 소모가 많은 동영상 등을 돌리지 않는 ‘실험실적 상황’이긴 하지만, 그동안 배터리 사용시간이 2~3시간에 불과해 불만이 컸던 노트북 사용자들에겐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제조업체들은 ‘태평양을 횡단하는 비행기 안에서 노트북을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성능’이라고 홍보한다. 사용자들에겐 ‘10시간’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번 충전해 10시간 안팎을 사용하게 되면 거추장스런 파워어댑터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소니와 삼성도 최근 배터리 하나로 10시간을 넘길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최근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니노트북(넷북)은 값이 저렴하고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리한 점이 돋보이지만, 배터리 사용시간이 늘어난 게 인기의 배경이다. 휴대성이 뛰어난 다기능의 기기도 전력이 끊기는 순간부터는 무거운 장식품이자 짐일 뿐이다. 최근 넷북은 한번 충전하면 4~7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전문 리뷰잡지 <케이벤치> 김우영 기자는 “넷북은 전력를 적게 사용해, 외출시 충전기 없이 휴대할 수 있게 된 게 인기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노트북 피시의 사용시간 연장에는 배터리 용량 확대와 컴퓨터칩 제조기술 개선, 절전기술 채택이 동시에 작용했다. 배터리도 3셀·6셀 위주였으나 요즘엔 9셀 제품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배터리를 크게 만들면 휴대성이 떨어지는 만큼, 사용시간 연장에는 저전력 회로 설계가 더 중요하다. 넷북에 탑재된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아톰 프로세서는 발열과 전력 사용을 크게 줄였다. 아톰의 소비전력은 종전 노트북에 쓰이는 칩 소비전력의 10%에 불과하다.
최근 제품들에 적용된 인텔의 센트리노2도 30% 절전성능을 내세운다. 모니터도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면, 전력 효율이 50% 가까이 개선된다. 하드디스크를 대신하는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도 사용전력을 크게 줄여준다.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노트북 배터리 시장은 저용량과 고용량이 5대 5 비중이었으나 올해에는 4대 6으로 고용량 수요가 늘어났으며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사용시간 길어진 디지털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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