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생명력을’ 터치 기기들 진화 가속도
휴대폰 진동 강도 조절
촉각신호 다양화 경쟁 아이폰·애플 노트북 맥북
여러 손가락이용 멀티터치 프라다폰, 햅틱폰, 아이폰, 닌텐도DS, 뷰티폰, 옴니아폰….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이들 디지털 기기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손끝 촉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햅틱폰’ ‘아이팟 터치’처럼 제품 이름에 ‘촉각’ ‘터치’를 집어넣을 정도다. 햅틱폰을 쓰는 박인경씨는 “이제 터치 기능이 없는 다른 제품은 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꾸~욱’ 누르고 ‘부르르~’ 떨려오던 게 입출력 방법의 전부이다시피 했던 촉각 기술이 다양해졌다. 삼성전자 햅틱폰은 터치를 22가지 종류로 전달한다. 햅틱2는 떨리는 강도와 패턴을 조합해, 사용자가 제각각 다른 진동수신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애인으로부터는 나긋나긋한 떨림이, 직장 상사에게선 무뚝뚝한 진동이 오게끔 신호를 만들어 할당할 수 있다. ‘따르릉’ ‘삐리리릭’ 소리가 전부이던 휴대전화가 화음폰, 뮤직폰, 아카펠라폰 등 벨소리 차별화 경쟁을 넘어 촉각 신호 다양화 경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 손가락을 사용하던 싱글터치도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터치 기술로 진화했다. 아이폰은 멀티터치를 채택했다.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사용해 사진을 줌인·줌아웃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달 발표한 노트북 맥북 시리즈에서 멀티터치 기술을 확대 적용했다. 세 손가락을 이용하면 페이지를 넘길 수 있고, 네 손가락으론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달 공개한 차세대 피시 운영체제인 ‘윈도7’에서 다양한 멀치터치 기술을 적용해 터치스크린 방식의 입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용 터치기술을 제공하는 시냅틱스는 지난달 한국전자전에서 ‘카이롤 로테이트’라는 나선형 손동작 인식기술을 선보였다. 최신 노트북에 탑재된 이 터치기술은 무한 스크롤링이 가능해, 긴 엑셀표나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데 유용하다.
터치스크린 기술이 개발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키보드나 마우스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보편화되지 못했다. 아이폰에서는 손동작의 유형에 따라 화면 전환이나 사진 넘기기, 드래그 앤 플레이 등 기존의 마우스로나 가능했던 동작들을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의 기능과 디자인의 진화는 터치 기술과 궁합을 이뤘다. 엘지전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명품 마케팅을 한, 프라다폰이 대표적이다.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미를 추구하는 프라다폰은 휴대전화에서도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 프라다폰은 버튼을 없애고 전면 엘시디 창만을 남겨놓은 뒤 터치스크린 속에 기능을 숨겼다. 휴대전화가 동영상, 디엠비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등으로 쓰이게 되면서 전면 엘시디 창이 필요하게 됐고, 버튼은 사라져 줘야 했다. 전면 스크린 터치 기술을 채택한 휴대전화는 그림만 보고 누르면 바로 원하는 메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동 단계도 줄어들었다. 기존의 터치 기술은 입력한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었는지를 알 수 없어 인식률이 떨어지고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못 했는데, 최근의 터치는 입력할 때마다 기기가 떨리며 반응한다. 딱딱한 기계가 반응하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일찌감치 매너모드가 자리 잡은 것처럼 터치의 또 다른 장점은 소리나 빛과 달리 주인만이 느낄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통신 수단도 가능하게 한다. 달라진 제품은 곧바로 시장의 호응으로 나타났다. 최고가 제품이지만 엘지전자의 프라다폰, 뷰티폰은 각각 100만대, 350만대가 팔렸고,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햅틱1, 2는 75만대가 팔렸다. 엘지 쪽은 “앞으로 고급형 제품은 모두 터치폰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햅틱폰 마케팅을 진행한 제일기획 박용진 수석은 “햅틱이란 말이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기술용어라 걱정했지만, 기존 터치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 단어를 소비자마케팅 용어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전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고, 남에게 보여주는 휴대전화는 본디 가장 손길에 민감한 제품이었다. 피시가 윈도로 바뀐 것처럼, 휴대 단말기 사용자 환경도 터치로 진화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사진 엘지전자 제공
촉각신호 다양화 경쟁 아이폰·애플 노트북 맥북
여러 손가락이용 멀티터치 프라다폰, 햅틱폰, 아이폰, 닌텐도DS, 뷰티폰, 옴니아폰…. 최근 국내외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이들 디지털 기기들의 공통점은 고객의 ‘손끝 촉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제품이라는 것이다. ‘햅틱폰’ ‘아이팟 터치’처럼 제품 이름에 ‘촉각’ ‘터치’를 집어넣을 정도다. 햅틱폰을 쓰는 박인경씨는 “이제 터치 기능이 없는 다른 제품은 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꾸~욱’ 누르고 ‘부르르~’ 떨려오던 게 입출력 방법의 전부이다시피 했던 촉각 기술이 다양해졌다. 삼성전자 햅틱폰은 터치를 22가지 종류로 전달한다. 햅틱2는 떨리는 강도와 패턴을 조합해, 사용자가 제각각 다른 진동수신을 만들 수 있게 했다. 애인으로부터는 나긋나긋한 떨림이, 직장 상사에게선 무뚝뚝한 진동이 오게끔 신호를 만들어 할당할 수 있다. ‘따르릉’ ‘삐리리릭’ 소리가 전부이던 휴대전화가 화음폰, 뮤직폰, 아카펠라폰 등 벨소리 차별화 경쟁을 넘어 촉각 신호 다양화 경쟁으로 확대된 셈이다. 한 손가락을 사용하던 싱글터치도 여러 손가락을 동시에 사용하는 멀티터치 기술로 진화했다. 아이폰은 멀티터치를 채택했다.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사용해 사진을 줌인·줌아웃할 수 있다. 애플은 지난달 발표한 노트북 맥북 시리즈에서 멀티터치 기술을 확대 적용했다. 세 손가락을 이용하면 페이지를 넘길 수 있고, 네 손가락으론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달 공개한 차세대 피시 운영체제인 ‘윈도7’에서 다양한 멀치터치 기술을 적용해 터치스크린 방식의 입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용 터치기술을 제공하는 시냅틱스는 지난달 한국전자전에서 ‘카이롤 로테이트’라는 나선형 손동작 인식기술을 선보였다. 최신 노트북에 탑재된 이 터치기술은 무한 스크롤링이 가능해, 긴 엑셀표나 사진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는 데 유용하다.
터치스크린 기술이 개발된 지는 20년이 넘었지만, 키보드나 마우스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어 보편화되지 못했다. 아이폰에서는 손동작의 유형에 따라 화면 전환이나 사진 넘기기, 드래그 앤 플레이 등 기존의 마우스로나 가능했던 동작들을 사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의 기능과 디자인의 진화는 터치 기술과 궁합을 이뤘다. 엘지전자가 전 세계를 상대로 명품 마케팅을 한, 프라다폰이 대표적이다. 장식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미를 추구하는 프라다폰은 휴대전화에서도 미니멀리즘을 구현했다. 프라다폰은 버튼을 없애고 전면 엘시디 창만을 남겨놓은 뒤 터치스크린 속에 기능을 숨겼다. 휴대전화가 동영상, 디엠비 플레이어, 디지털카메라, 게임기 등으로 쓰이게 되면서 전면 엘시디 창이 필요하게 됐고, 버튼은 사라져 줘야 했다. 전면 스크린 터치 기술을 채택한 휴대전화는 그림만 보고 누르면 바로 원하는 메뉴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동 단계도 줄어들었다. 기존의 터치 기술은 입력한 정보가 제대로 입력되었는지를 알 수 없어 인식률이 떨어지고 이용자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을 못 했는데, 최근의 터치는 입력할 때마다 기기가 떨리며 반응한다. 딱딱한 기계가 반응하는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일찌감치 매너모드가 자리 잡은 것처럼 터치의 또 다른 장점은 소리나 빛과 달리 주인만이 느낄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통신 수단도 가능하게 한다. 달라진 제품은 곧바로 시장의 호응으로 나타났다. 최고가 제품이지만 엘지전자의 프라다폰, 뷰티폰은 각각 100만대, 350만대가 팔렸고,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의 햅틱1, 2는 75만대가 팔렸다. 엘지 쪽은 “앞으로 고급형 제품은 모두 터치폰으로 만든다”고 밝혔다. 햅틱폰 마케팅을 진행한 제일기획 박용진 수석은 “햅틱이란 말이 일반 소비자에게 낯선 기술용어라 걱정했지만, 기존 터치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이 단어를 소비자마케팅 용어로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말했다. 전화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보고, 남에게 보여주는 휴대전화는 본디 가장 손길에 민감한 제품이었다. 피시가 윈도로 바뀐 것처럼, 휴대 단말기 사용자 환경도 터치로 진화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사진 엘지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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