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 손짓하는 ‘손안의 폰PC’

기업용 블랙베리 스마트폰 국내 도입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6일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열린 SK텔레콤과 캐나다 림(RIM)사의 블랙베리 9000볼드(Bold) 출시행사에서 모델이 ‘블랙베리 9000 Bold‘ 스마트폰 단말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달 29일께 기업용으로 국내 출시되는 블랙베리의 가격은 78만9천360원.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블랙베리 서버를 설치해야 하며 블랙베리 이메일 서비스(월 2만6천원)와 음성 요금제, 데이터퍼펙트(월 1만원) 등의 데이터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e-mail]/2008-12-16 15:04:05/

외국 스마트폰들 한국 속속 상륙
블랙베리 기업용 출시…내년 4월엔 아이폰도
“출근하며 이메일 확인, 파일 열어 작업 처리”
국내비중 아직 0.5%…한국서도 통할지 관심

‘옴니아, 블랙베리, 아이폰…’

불모지이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글로벌 히트작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 점유율에 변동이 없고 서비스가 사업자 위주로 형성된 국내 모바일 시장에 스마트폰으로 균열이 생기고 이용자의 선택권이 늘어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블랙베리 9000 볼드 제조사: 리서치인모션 특징: 푸시메일로 강력한 메일 수신, 사내 인트라넷 접속해 업무처리, 쿼티(QWERTY) 자판

에스케이텔레콤은 16일 서울 더블유(W)호텔에서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림)과 함께 ‘블랙베리 9000 볼드’ 한국 출시 행사를 열었다. 블랙베리는 150개국에서 2000만 이용자가 사용하는, 캐나다 기반의 세계적인 스마트폰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지난 3분기 580만대를 판매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6%를 차지했다. 블랙베리는 이메일 수신 기능이 편리해, 비즈니스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단점으로 ‘블랙베리폰으로 지나치게 자주 이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을 지목했을 정도다. 블랙베리 볼드는 이달 말부터 기업고객용으로 공급되며, 일반에는 내년 상반기 판매 예정이다.

외국시장에서 먼저 인기를 검증받은 삼성전자의 티옴니아는 100만원이라는 최고가임에도 지난달 27일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서비스된 이후 2만대가 팔려, ‘국내에선 스마트폰이 안된다’는 속설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3G 아이폰 제조사: 애플 특징: ‘앱스토어’에 1만개 이상의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용가능, 깔끔한 디자인

지난 1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내 무선인터넷 표준플랫폼인 ‘위피’ 탑재 의무화를 내년 4월부터 없애기로 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끈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옴니아와 블랙베리 등 세계 시장에서 아이폰과 자웅을 겨룬 제품들이 출시된 한국도 북미와 유럽에 이어 ‘스마트폰 열풍’에 가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올 3분기에 690만대가 팔리며 화제를 낳은 아이폰도 내년 4월 케이티에프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선진국 모바일 시장은 빠르게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크레디스위스는 2007~2010년 연평균 일반휴대전화는 2.4%, 스마트폰은 51.1%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12% 안팎이지만, 유럽에서는 2010년께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국내의 스마트폰 판매대수는 18만~20만대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의 0.5%도 안된다는 점이 향후 높은 성장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데이터통신 환경이 개선된 3세대 통신에서 스마트폰의 가치는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홍보회사 직원 이유미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출근하는 1시간 동안 수십통의 이메일을 확인한다. 첨부파일도 열어보고 엑셀파일을 열어 간간이 작업도 한다. 회사에 도착하기 전에 당일 업무 파악이 끝나 있는 상태다.

G1(구글폰) 제조사: HTC 특징: 운영체제 개방, ‘안드로이드마켓’에 자유로이 소프트웨어 등 록·판매

그러나 스마트폰이 한국에선 성공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선 직장인들이 이메일로 일하는 풍토가 아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이메일을 확인하겠다는 욕구가 높지 않다”며 “얼리어답터들의 호기심이 채워진 뒤에도 수요가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는 이통사업자들이 수익성을 위해, 고객 요구에 눈을 감아온 게 주된 원인이다. 이동통신사는 무선랜(와이파이)을 탑재해 개방된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단말기에 ‘적대적’이었다. 에스케이티는 지난 7월 대만 에이치티시의 스마트폰 터치듀얼폰을 출시할 때 와이파이 기능을 뺐다. 에스케이티는 지난해 무선랜 기능을 갖춘 블루버드소프트의 피디에이 단말기에 대해 ‘네이트 바로 접속’ 기능이 없다는 이유로 개통을 거부했다가,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T옴니아 제조사: 삼성전자 특징: 500만화소 디카, MP3 수준의고음질, 고화질 PMP 등 ‘올인원’ 모바일 기기

피시처럼 프로그램을 자유로이 설치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 모바일 사용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아이폰용 소프트웨어 장터인 앱스토어의 성공이 본보기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구입해 마음대로 설치·삭제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서는 모바일 단말기가 음성통화용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기능과 겉모습 중심이던 단말기 선택기준이 스마트폰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림, 구글 등이 애플을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유통을 통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정보통신 생활 패턴을 바꿀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지금도 이메일 등 웬만한 인터넷 접속은 아이팟터치를 통해서 사용하는데 피시를 부팅할 필요가 없어 시간도 절약되고 큰 불편이 없다”며 “피시에 의존해오던 정보생활이 스마트폰으로 대부분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권 기자 [e-mail]

스마트폰= 피시처럼 운영체제를 탑재한 휴대전화로,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소프트웨어를 직접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이메일 확인과 웹서핑은 물론 문서작업 등 피시의 기능을 대부분 처리할 수 있어 ‘손 안의 피시’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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