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땐 와이브로 사업 어디로
방통위, 인가조건에 투자 확대 내걸지 ‘주목’
KT, 무선통신시장 진출로 손 뗄 가능성 높아
KT, 무선통신시장 진출로 손 뗄 가능성 높아
케이티(KT)가 케이티에프(KTF)를 합병하면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합병 인가 조건에 와이브로 투자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을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방통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케이티의 케이티에프 합병을 인가할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못내고, 18일 전체회의 때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16일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들에 따르면, 케이티가 케이티에프를 합병하면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거나 중단하고, 에스케이텔레콤(SKT) 역시 케이티를 핑계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접을 가능성이 높다. 케이티에프 합병으로 케이티의 무선통신시장 진출 꿈이 이뤄져,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거나 확대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문민정부 때 민영화 정책으로 한국이동통신(지금은 에스케이텔레콤)을 잃은 뒤부터 무선통신시장에 다시 진출할 기회를 모색해왔다. 1990년대 중반 발신전용휴대전화(시티폰) 사업을 하다 실패하고, 다시 와이브로 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케이티가 케이티에프를 합병하면 와이브로 없이도 무선통신시장 진출이라는 바람이 이뤄진다. 케이티는 오는 27일 합병 주총 때 정관을 개정해 사업 목적에 무선통신사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더욱이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계속할 경우, 케이티는 4세대 이동통신망을 중복으로 운영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 수도 있다.
케이티는 이미 케이티에프 합병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석채 케이티 사장도 와이브로와 3세대 이동통신을 융합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와이브로 서비스의 반경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케이티의 속내는 케이티에프 합병 인가 신청을 하면서 와이브로 투자 이행 계획을 뺀 것에서도 드러난다.
불투명한 시장 상황도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 확대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케이티는 그동안 와이브로 사업에 790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가입자는 16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케이티는 2005년 와이브로 사업 허가 신청을 할 때, 가입자가 2006년 27만1천명에서 2007년 146만5천명, 2008년 409만4천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6천억원을 투자했으나 가입자는 1만1천명밖에 안 된다.
반면 방통위는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첫 상용화한 와이브로 장비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성공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통위 내부에서도 “합병 인가조건으로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를 애초 계획대로 이행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과 “와이브로 투자는 합병과 상관없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의 와이브로 투자 확대는 삼성전자도 바라는 사항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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