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형 ‘아이팟셔플 3G’
전용 이어폰으로만 조작가능
한국어 음성 안내 기능은 없어
한국어 음성 안내 기능은 없어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애플에서 새로 나온 초소형 엠피3 플레이어 아이팟셔플(3세대)을 보고 주변에선 특이한 모양에 신기해 했다. 딱 유에스비(USB) 메모리스틱만한 크기다. 가로 4.52㎝, 세로 1.75㎝, 두께 0.78㎝에 불과하다. 알루미늄 재질에 무게는 10.7g으로, 100원짜리 동전 2개에 약간 못미친다.
크기도 작지만 엘시디 창과 조작용 버튼이 없다. 한쪽에 이어폰 구멍과 전원 스위치를 겸한 재생 버튼이 있을 뿐이다. 조작은 리모컨이 달린 전용 이어폰을 통해 작동한다. 이어폰에 달린 조작 버튼은 음량 조절과 재생 기능에다 건너뛰기와 뒤로 돌아가기 같은 탐색 기능을 수행한다.
이 제품에는 엘시디 대신 음성 안내(보이스 오버) 기능이 처음 적용됐다. 이어폰에 달린 리모컨의 단추를 길게 누르고 있으면 음악 소리가 작아지면서 재생목록과 곡명을 말해주는 기능이다. 영어를 비롯한 14개 언어를 지원하지만, 한국어 안내는 없다. 때문에 영어로 음성 안내 기능을 쓰기 위해 아이팟용 동기화 프로그램인 아이튠스에서 한글로 된 노래 이름을 영어로 바꿔 새로 입력해야 했다. 배터리 부족도 음악 재생 중에 영어로 알려준다.
충전을 하고 피시와 동기화를 할 때도 유일한 입출력 통로인 이어폰용 구멍에 전용케이블을 꽂아서 쓴다. 별도의 충전기 없이 피시 유에스비 포트를 통해 충전하는데, 3시간 충전해 10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음성 안내에 익숙지 않아 원하는 음악을 찾는 데 불편함이 있었지만 쓰다보니 그런대로 적응이 됐다. 좋아하는 노래를 담아 듣다보니, 굳이 곡명을 알 필요가 없었고 무작위 재생 기능을 선택해 ‘자동 선곡’되는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영향이 컸다. 4기가바이트라서, 1000여 곡의 노래가 담긴다.
단단한 클립이 본체에 붙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애플의 로고가 새겨진 이 클립은 기존의 목걸이형 소형 엠피3 플레이어와 구별된다. 옷깃에 클립으로 고정시켜 놓으면 빨리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도 덜렁거리지 않아 고정용 팔목밴드가 필요 없다. 크기가 작은데다 셔츠 주머니에 고정시켜 놓을 수 있다보니 웬만하면 휴대하게 됐고, 기존에 쓰던 엠피3플레이어보다 훨씬 자주 사용하게 되었다. 기존 2세대 아이팟셔플이 청바지의 동전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크기였다면 이번에 나온 3세대 아이팟셔플은 여성들의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깃에 매달려서도 맵시를 흐뜨러트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은 제품이지만, 한국어로는 음성 안내를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전용 이어폰을 써야 하는 점, 외국에서 79달러인 제품이 12만9천원에 공급되는 점 등은 국내에서 이 제품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데 ‘장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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