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제이라이온은 세탁세제 ‘비트’의 일부 부가기능을 덜어내 가격을 절반가량 낮춘 ‘제트’를 최근 내놨다. 아가방앤컴퍼니는 고가 브랜드 ‘엘르’보다 가격을 낮춘 세컨드 브랜드 ‘베이직엘르’를 최근 선보였다. 사진 각 업체 제공
같은회사 ‘세컨드 브랜드’ 인기
가격은 낮추고 신뢰는 그대로
가격은 낮추고 신뢰는 그대로
보르도 특급와인은 유혹적이지만, 그만큼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이럴 때 특급와인과 같은 포도밭이지만 작황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해의 포도로 빚어낸 세컨드 와인을 맛 보는 것도 대안이 된다. 예컨대 샤토 무통 로트실드 대신에 르 프티 무통 드 무통 로트실드를 택하는 것이다. 풍미가 2% 부족할 수는 있어도, 가격 부담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와인만 그런 것은 아니다. 루이비통 수석 디자이너였던 마크 제이콥스는 자기 이름을 딴 명품 브랜드를 냈지만, 이후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라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세컨드 브랜드도 내놓았다. 경기 침체기에 얇아진 지갑 사정을 헤아린 ‘세컨드 브랜드’가 뜨고 있다. 기존 히트 브랜드의 힘을 업고 탄생해 제품력에 대한 믿음은 살렸지만 자잘한 부가 기능은 빼고 가격을 실속있게 낮춘 게 특징이다. 최근 세탁세제 ‘비트’로 유명한 생활용품 전문기업 씨제이라이온이 새로 선보인 세제 ‘제트’는 세탁력·헹굼력·항균 기능은 비트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비오는 날 빨래를 집안에서 말릴 때 쉰내 나는 일이 없도록 해주는 실내건조기능 같은 부가 기능은 덜어냈다. 덕분에 가격은 비트의 경우 1㎏들이가 5천원선이지만, 제트는 2500원선으로 50%가량 낮아진다. 아모레퍼시픽이 설화수에 이어 새로운 한방 화장품 브랜드로 선보인 ‘한율’도 마찬가지다. 설화수는 올 1월 롯데백화점 샤넬 화장품이 빠진 자리에 들어서서 더 높은 실적을 낼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다. 한율은 이런 설화수의 고급 한방 제품 이미지를 이어받되 20대 젊은층을 겨냥하고 홈쇼핑에서도 판매하면서 가격 부담은 낮췄다. 아가방앤컴퍼니도 프랑스에서 들여온 ‘엘르’ 브랜드가 고가에도 인기를 끌자, 세컨드 브랜드로 ‘베이직엘르’를 내놓았다. 흰색, 빨강, 남색 등 기본 원색을 활용하는 엘르 콘셉트는 유지하되, 백화점 판매 중심인 엘르와 달리 대형 마트로 유통 경로를 바꾸고 가격을 낮췄다. 씨제이라이온 제트 브랜드매니저인 김효숙 부장은 “브랜드들은 가격이든 특성이든 달라지는 경기 상황에 맞추어 변신을 계속 한다”며 “경기침체기에는 믿고 살만한 기존 유명 브랜드에 더 손이 가는 경향이 있는데, 세컨드 브랜드는 퍼스트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보증수표로 값도 싸지는 이점이 있어 인기를 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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