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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행텐’, 경기침체 넘어 화려한 스텝

등록 2009-06-08 14:10수정 2009-06-11 20:25

2003년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행텐코리아에서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슈브쿠마르 라마나탄 대표이사.(※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환란때 사라졌다가 2000년 재등장
‘1+1 마케팅’ 첫 도입 등 현지화 성공
지난해 매출 10% ↑ 매장 수 10% ↑
“행텐,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것을 일컫는 속어) 브랜드인가요?”

발바닥 모양의 로고로 유명한 ‘행텐’을 포털 검색창에 치면 이런 누리꾼의 질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고등학교·대학교를 다녔던 30~40대에게는 유명 브랜드였던 행텐으로서는 굴욕이라 할 만하다. 행텐은 외환위기 직후 매출이 급감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잊혀져 갔다. 행텐을 수입·판매하던 업체도 부도를 냈다.

그랬던 행텐이 다시 돌아왔다.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일궈낸 것이다. 매장 수도 10%나 늘려 350여곳에 이른다. 소비심리 위축은 의류시장에서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중소 의류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대기업 의류업체들도 매출이 줄거나 제자리 성장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행텐의 성장세는 더욱 돋보인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행텐’이 소비자들 곁에 다시 다가온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브랜드 이미지 변신,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마케팅, 그리고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브랜드 개발전략 등에 힘입어 탄탄한 성장기반을 다졌다.

지난 2000년 12월 대만에 본사를 둔 행텐홀딩스가 한국법인인 ‘행텐코리아’를 세우면서 재기 스토리는 시작된다. 미국에서 탄생한 브랜드인 행텐은 행텐홀딩스에서 현재 운영을 맡고 있다. 행텐홀딩스는 국내 소비자에게 친숙한 ‘지오다노’도 운영하고 있는 다국적 의류기업이다.

한국 시장에서 행텐의 부활은 인도 출신의 최고경영자인 슈브쿠마르 라마나탄(42) 대표가 이끌고 있다. 라마나탄 대표는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행텐 브랜드를 관리해 왔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아시아시장 책임자를 맡았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행텐코리아의 대표를 맡고 있다.

행텐코리아는 과거 실패의 경험에서 재기의 계기를 포착했다. 외환기를 거치면서 합리적 소비 성향이 강해진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브랜드 운용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서울 구로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라마나탄 대표는 심지어 “우리는 ‘패셔너블’한 옷을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의류업체 최고경영자가 하는 말로는 좀 의아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이지(easy) 캐주얼’이라는 콘셉트가 한국 시장에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옷을 만들 때도 유행 따라 입는 옷이 아닌 저렴하면서도 언제나 입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은 지난 2003~2004년 카드대란으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던 시기에도 빛을 발했다. 2003년에는 15%, 2004년에는 10%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행텐코리아가 2003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1+1 마케팅’은 당시 의류시장과 유통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 마케팅은 철저한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과 문화 분석, 그리고 역발상이 버무려져 탄생한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덤’을 좋아한다는 것을 포착해 마케팅에 적용한 것이다. 라마나탄 대표는 “당시 의류업계에서 50% 할인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이를 뒤집어 ‘1+1’을 내세우니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업으로서는 50% 할인이나 같은 물건을 하나 더 주는 것이나 비용 면에서 차이가 없지만, 소비자들은 ‘공짜’로 제품을 얻는다는 생각에 더욱 쉽게 지갑을 열었다는 것이다. 2003년 한해 매출이 840억원이었는데 ‘1+1’행사를 진행했던 10일 동안에만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행텐코리아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에게 ‘타이밍’은 돈이다. 시장성이 있는 분야를 얼마나 빠르게 포착해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행텐코리아는 한발 앞섰다. 행텐코리아는 2006년 한국형 에스피에이(SPA, 디자인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일괄 담당해 유통 마진을 줄이고 대량 생산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 브랜드인 ‘에이치앤티’(H&T)를 선보였고, 2009년 5월 현재 전국에 90여개의 매장을 냈다. 국내 의류업체 가운데 이처럼 에스피에이 브랜드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곳은 없는 실정이다. 에이치앤티는 2007년부터 중국시장에도 진출해, 보기 드문 역수출 브랜드가 됐다. 김상범 마케팅실장은 “중국에서 에이치앤티는 ‘한국에서 온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고 유수의 에스피에이 브랜드인 자라(ZARA)나 망고(Mango)와 어깨를 겨루고 있다”고 자랑했다. 2007년 중국에 7개의 매장을 냈고, 2008년에는 매장 수를 배가량 늘려 현재 1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행텐 중국법인이 있지만 이곳에서 파는 옷의 디자인과 마케팅 등은 모두 한국에서 맡고 있다.

의류업계에 부는 한파는 여전히 매섭다. 통계청의 ‘1분기 가계 동향’을 보면, 의류 관련 소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1% 줄었다. 행텐코리아의 재기 스토리도 이어질 수 있을까? 라마나탄 대표는 “올해 우리 매출 목표는 10% 성장한 2000억원대로 잡고 있다”며 “경기침체 때 투자하는 기업, 겁내지 않는 기업이 경기회복기에 돋보이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 6월 12일 바로잡습니다

‘행텐, 경기침체 넘어 화려한 스텝’ 기사에서 지오다노를 운영하는 업체가 대만의 ‘행텐홀딩스’라고 표현했으나 홍콩에 본사를 둔 ‘지오다노 인터내셔널’이 맞습니다. 기자의 착오로 잘못 보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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