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물가 지수 상승 추이
이상기온탓 잘 안자라고
개학으로 수요까지 늘어
9월 중순까지 강세 분석
개학으로 수요까지 늘어
9월 중순까지 강세 분석
애호박 1개 1500원, 가지 2개 1000원, 오이 2개 1500원, 시금치 한 단 3200원….
최근 동네 슈퍼마켓에서 집어든 찬거리 채소 값이다. 흔히 한 개에 500~700원하던 애호박이나 서너개에 1000원하던 가지로 나물 반찬이나 된장찌개를 밥상에 올릴 생각이었다면 눈이 휘둥그래질 일이다. 주부 이아무개(62·서울 화곡동)씨는 “채소값이 너무 올라 장보기가 겁날 지경”이라며 “특정 채소 값이 비싸면 다른 품목으로 대체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채소값이 두루 다 비싸서 살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찜통 무더위’가 이어지는데다 지역에 따라 세찬 비가 퍼붓는 ‘국지성 강우’ 현상도 심해지면서 채소 값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달 대표적 양념 채소인 마늘값이 두 배 가까이 폭등하더니, 이제는 시금치·호박·오이·상추 등 찬거리 채소들이 한 주만에 30~50% 안팎 올랐다. 주요 채소 값은 한 해 전이나 평년(5년치 평균가격) 값에 견주면 두 세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여기에 복숭아·포도·수박 등 여름 과일 역시 고공행진을 거듭해 장바구니 고민은 커졌다.
24일 농산물유통공사(aT) 가격 정보를 보면, 채소류 물가 지수는 5년치 평균값을 100으로 잡았을 때 지난 23일의 물가 지수가 123.41이었다. 채소값이 평년보다 23% 가량 비싼 셈이다. 농산물 전체의 물가 지수는 111.85인데, 과실류와 채소류의 물가 지수가 각각 167.42와 123.41로 특히 높았다.
주요 채소 가격은 눈에 띄게 비싸졌다. 시금치 4㎏의 도매 값은 한달 전에 1만9550원이었고 한 주 전만 해도 2만6000원이었으나 이날 현재 4만1400원이다. 한달 전보다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요새 일주일 만에 60%가 올랐다.
다다기오이도 15㎏의 도매 값이 지난주보다는 30%, 한달 전보다는 55% 오른 5만7500원이 됐다. 가지는 10㎏ 도매 값이 한 달전 1만7250원에서 현재 2만70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수박은 1개 도매 값이 한달 전 1만3450원에서 일주일 전 1만7600원이 되더니, 지금은 2만6200원으로 급등했다.
이같은 가격 급등은 이상 기후로 채소류의 생육이 부진한 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기온은 예년보다 높지만 국지성 강우 현상이 잦아 고온다습하고 일조량이 부족한 날씨가 이어진 탓이다. 때문에 시금치·오이·호박·가지·상추·미나리·부추 등 찬거리 야채류 거의 모두가 생육 부진을 겪었다. 마늘·양파나 대파·쪽파 같은 양념 채소는 작황이 나쁘거나 날씨 문제로 산지 출하 작업이 더뎌 오름세를 탔다.
8월 말로 초·중·고등학생들의 개학 시기가 겹친 것도 최근 일주일새 가격 급등의 원인이다. 개학철을 맞아 급식 시장에서 채소 물량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채소 값을 밀어올린 것이다.
농산물유통공사 쪽은 “8월에 폭염과 잦은 비가 겹쳐 엽채류 작황이 엉망이 됐는데, 9월에도 찜통 더위가 이어진다 하니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가 장바구니 물가를 결정할 것”이라며 “배추·무는 9월 중반 이후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 같지만 시금치·상추 등 찬거리 야채는 9월말 이후에나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농산물유통공사 쪽은 “8월에 폭염과 잦은 비가 겹쳐 엽채류 작황이 엉망이 됐는데, 9월에도 찜통 더위가 이어진다 하니 비가 얼마나 내리느냐가 장바구니 물가를 결정할 것”이라며 “배추·무는 9월 중반 이후에는 안정세를 찾을 것 같지만 시금치·상추 등 찬거리 야채는 9월말 이후에나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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