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채소·과일류 소매가격 현황
‘곤파스→폭염→말로’ 작황 최악
물가대책 하루뒤 채소값 급등
물가대책 하루뒤 채소값 급등
태풍, 폭염, 또다시 태풍….
태풍 ‘곤파스’가 가로수를 넘어뜨리고 비닐하우스를 할퀴고 지나간 뒤 13년 만의 가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졌다. 여기에 태풍 ‘말로’가 7일 밤이나 8일 새벽께 한반도 상륙을 예고하면서 전국 곳곳에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 2일 물가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장바구니 한숨’은 좀체 수그러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5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 가격 정보를 보면, 정부가 물가 안정 대책을 발표한 바로 뒷날인 지난 3일 채소류 도매가격은 71개 품목 가운데 70%에 이르는 50개 품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하룻새 내린 품목은 5개에 그쳤고 16개 품목은 똑같은 시세를 형성했다. 비와 폭염이 번갈아가며 반복되는 게 채소류 작황에 최악인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수급 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물가 대책으로 농축수산물 의무수입 물량의 조기 도입 등을 발표했지만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불안은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채소가격은 평년값(5년치 평균가격)을 최대 5배 안팎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도매가격이 평년값을 밑도는 것은 채소류 70여개 품목 가운데 2개 품목에 그친다. 치마 상추 4㎏ 도매가격은 지난 3일 6만1400원으로 전날에 견주어 만원이 뛰어올라 평년값의 4.6배를 기록했다. 미나리 역시 상품 20㎏이 12만8000원으로 1만6000원이 하룻새 뛰어 평년값의 2.4배를 넘어섰다. 고등어·멸치·명태 등 주요 수산물류도 도·소매 가격이 평년보다 20~40% 안팎 뛰어오른 상태다.
과일류는 잦은 비와 열대야로 당도가 떨어지고 모양새가 좋지 않으면서도 가격은 높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추석 때 흔히 주고받는 과일상자가 이번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물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쪽은 “최근 한 주 도매시세는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대부분 오름세를 나타냈다”며 “이번주에도 잦은 비가 예상돼 채소류 등의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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