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비용절감 납품업체에 안겨”
신세계 이마트가 화장품에만 시범 적용해 오던 이른바 ‘판매 준비완료 포장’(RRP·Retail Ready Package) 방식을 식음료,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 적용하면서 일부 납품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19일 신세계 이마트와 이마트에 상품을 납품하는 식음료·가공식품 업체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마트는 지난 8~9월 문을 연 성남점·포천점 등 신규 출점 매장을 중심으로 식음료·가공식품·생활용품 등은 전 품목에 걸쳐 ‘아르아르피’ 판매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아르아르피’ 판매(사진)는 물류 집하장에서 각 매장으로 배송한 제품을 포장 단위 그대로 진열해 파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약 30개를 포장하는 라면 한 상자를 제조업체가 매장 진열대에 맞는 크기로 제작해 4~5씩 묶음 포장을 해 납품한 뒤, 이마트 쪽에서는 상자 윗부분만 뜯어 진열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창고형 대형마트 업체인 코스트코의 판매 방식으로, 홈플러스도 지난 2007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아르아르피’는 기존에 상자를 하나씩 풀어헤쳐 매장에 진열하는 과정의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형마트 쪽에서는 매장 관리를 위한 인건비가 줄어들고, 납품업체는 진열대 관리 상품 판촉을 위해 배치하는 영업 인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 품목과 포장 방식에 따라 일부 업체에서는 이런 방식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 납품업체가 그 비용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식·음료업체 관계자는 “매출이 좋은 제품을 ‘아르아르피’ 방식으로 납품해 달라고 요구해, 납품 단가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포장 설비도 만들지 못해 수작업으로 포장을 바꾸고 있다”며 “애초 대형마트 몫인 매장 관리나 판촉 인건비를 납품 업체에 전가해 놓고 ‘아르아르피’ 도입으로 비용이 줄었다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로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고, 제조업체는 상자 겉면의 광고 등으로 상품의 디테일을 더 잘 알리는 장점이 있다”며 “포장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협의 과정에서 단가를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신세계 이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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