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 배추 파동으로 채소를 사려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이 뜸한 서울 영등포시장 채소가게에서 29일 오후 상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장아찌류 등 절임반찬 인기
채소 재배기 판매도 ‘쑥쑥’
대형마트 중국산 배추 수입
채소 재배기 판매도 ‘쑥쑥’
대형마트 중국산 배추 수입
채소값 폭등이 만든 새 풍경
배추 등 채소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김치냉장고 구석에서 홀대받던 묵은 김치가 새삼 목에 힘을 주는 시절이 도래했다. 최근 포장김치 이용을 필두로 장아찌·말린 나물 비축하기, 베란다 텃밭 활용 등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하는 추세다.
■ 포장김치·장아찌류 불티 호박·시금치 등의 채소로 만드는 이른바 ‘매일 반찬’을 상에 올리기 어려운데다 김치마저 귀하신 몸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싼 대체 찬거리를 찾는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대형마트·온라인몰·홈쇼핑 등에서 파는 포장김치는 집에서 김치를 담가 먹는 것보다 30% 이상 더 저렴한 상황이 되면서 없어서 못 사는 형편이 되었다. 이마트 쪽은 “9월 들어 포장김치 수요가 30~35% 늘었다”며 “날마다 8~9t 들어오던 포장김치를 11~12t 들여오고 있지만 저녁 6~7시 이전에 물량이 동나는 점포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배추 흉작으로 포기김치를 담글 만한 속 찬 배추가 제대로 수급이 안 돼 시중에 배추를 조각조각 잘라 담는 맛김치 물량이 늘면서 이를 대체 구입하는 수요도 커졌다. 이마트는 실제 물량이 달리는 포기김치 매출은 이달 들어 30~35% 늘었지만, 소풍·야외활동용으로 많이 팔리던 맛김치 매출은 50%나 껑충 뛴 상태다.
또 장아찌처럼 저장성이 큰 절임반찬이 매일 반찬을 대체할 찬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장아찌나 건어물채 같은 저장 기한이 긴 절임·조림 반찬류를 주로 판매하는데, 옥션은 올 9월 한달 동안 반찬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38%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채소값이 뛰면서 오래 두고 먹는 ‘말린 나물’이 122%, 상자로 살 수 있고 보관 기한이 긴 감자가 26%씩 매출이 뛰었다고 덧붙였다.
■ 베란다 텃밭·중국산 배추 등장 요즘 들어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 마루 등 실내에서 손쉽게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원예용품 판매가 늘고 있다. 채소 값이 폭등한 차에 내 손으로 기른 친환경 채소를 먹을 수 있어, 집안에 작은 텃밭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생겨난 것이다. 옥션은 “이달 들어 집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원예용품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어 하루 평균 55%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베란다 텃밭세트’(사진)는 울타리화분, 원예용 흙, 씨앗으로 구성해 3000~1만원 정도 하는데, 하루에 50여개씩 판매된다. 상추·쑥갓·부추·고추·시금치·대파 등 집에서 키우기 쉬운 채소 씨앗들은 1000~2000원이면 살 수 있다.
특히 일주일 안팎이면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새싹 재배기’(1만~3만원)는 웰빙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흔히 쓰이는 새싹채소를 씨를 뿌린 뒤 6일 뒤 바로 수확할 수 있어 인기다. 또 ‘느타리버섯 키우기’(9000~1만원)는 버섯 종균이 담긴 작은 유리병의 습도만 잘 맞춰주면 일주일이면 버섯을 따 먹을 수 있다. ‘콩나물 재배기’(1만~4만원대)는 나흘이면 콩나물을 거둬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부 대형마트는 중국산 배추를 들여와 판매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다음달 초 중국 산둥성 지역에서 배추 5만포기를 수입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들은 “올봄 냉해로 배추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일찌감치 수입을 계획했다”며 “중국산 배추를 포기당 2500원 정도에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한때 중국산 기생충 김치 파동이 일어나는 등 중국산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큰 데 대해서는 “현지에 산지관리인을 파견했었고 수입 뒤 잔류농약 검사를 하는 등 품질 관리에 신경을 썼다”고 설명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금치’ 대체할 찬거리 불티…“길러 먹자”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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