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2조원대 상조시장 ‘대물’이 삼키나

등록 2010-11-05 09:23수정 2011-03-08 17:14

2조원대 상조시장 ‘대물’이 삼키나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횡령 잇따르자 3월부터 선수금 예치 등 의무화
영세업자, 대형업체에 회원양도·합병 본격화
자본·네트워크 갖춘 삼성에스원 등 진출모색
‘1071만3000원.’

지난해 12월 이필도 을지대 교수(장례지도학) 등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논문지인 <보건사회연구>에 발표한 우리나라의 ‘표준장례비용’이다. 화장·묘지매장·납골당 봉안 등 다양한 장묘 처리의 평균치와 그 밖의 장례 절차 비용 등을 합한 값이다.

이처럼 목돈이 필요한 장례 절차가 서민층 가계에 부담이 크다는 점을 파고든 상조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광고·영업사원 활동 등 엄청난 마케팅을 동원해 눈에 띈 성장을 해 왔다. 지난 9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보면, 전국 상조업체는 모두 337곳으로 가입 회원만 약 275만명에 달한다. 회원이 낸 선수금 잔고는 약 1조8500억원으로, 2년 전과 견주면 업체 수는 56곳, 선수금 규모는 9563억원이 불어났다.

그러나 성장가도를 달리던 상조업계는 올해 들어 ‘초상집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상위 10대 상조업체로 꼽히던 보람상조·한라상조·현대종합상조 대표가 줄줄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면서 상조업계를 향한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정부가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제 대상으로 묶고 등록제로 전환하는 등 제도 개선을 밀어붙이고, 대기업에서도 상조업 진출 채비를 하면서 상조업계를 둘러싼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선수금 절반 은행에 넣어둬야 상조업은 미래의 관혼상제를 대비해 매달 일정금액을 내고 나중에 약정한 서비스를 받는 방식이다. 주로 장례 상품이 대부분인 상조업계는 갑자기 큰 목돈을 마련하는 대신, 한 달에 몇 만원씩 내며 준비하기를 원하는 서민층이 주요 고객이다. 선수금은 상조업체가 관리하지만, 금리 혜택 등은 거의 받을 수 없다.

최근 검찰이 적발한 상조업체 비리 내용을 보면, 고객의 선수금을 유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례 절차에 필요한 각종 수의용 도구의 납품 단가를 부풀리고, 선수금으로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박헌준 현대종합상조 회장과 고석봉 대표이사는 약 100억원을,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은 약 300억원, 박현춘 한라상조 회장은 2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 9월18일 ‘할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적용하면서 그동안 법적 분류를 하지 못했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규정해 각종 피해방지 및 구제 장치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 내년 3월부터 자본금 3억원 이상 회사만 시도에 등록한 뒤 영업을 하고, 상조업체의 정보공개도 의무화했다. 게다가 회원한테 미리 받은 돈의 일정비율(50%)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 보험, 공제조합에 가입하도록 해 돈을 떼이지 않도록 제도화했다.

■ 영세업체 먹고 먹히며 ‘대마불사’ 이처럼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상조업계에선 영세업체가 대형업체에 회원을 양도하고 합병하는 식의 구조조정 회오리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업계 상위권의 한 대형 상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영세업체로부터 회원을 넘겨줄 테니 우리 회사를 합병해달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제 전환을 앞두고 자본금이나 금융기관 예치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영세업체가 회원 명단을 넘기고 조금이나마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 규모가 3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업체가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상조업계의 특성상 이러한 구조조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 영세 상조업체가 고객에게 별다른 공지 없이 다른 업체에 회원을 넘기고 문을 닫아, 선수금을 돌려받거나 기존 약관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2일 부도를 낸 신한상조의 경우, 별다른 공지 없이 다른 상조업체에 회원을 양도해 고객들의 항의 소동이 벌어지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환 공정위 특수거래과장은 “업체 사이의 합병 과정에서 사업주는 기존 회원의 동의를 구하고 약관 변동 등을 확실히 알려야 한다”며 “횡령 등 형법상 문제를 보고 있는 검찰과 별도로 공정위에서는 9월18일 법 시행 뒤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가입 등 상조업체의 이행 사항 준수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활용한 대기업 진출도 이러한 구조조정 움직임 속에서 삼성에스원과 농협 등 든든한 인적 네트워크와 자본을 지닌 대기업과 연기금들의 상조업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삼성의 경우, 그룹 임직원 등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고, 각종 공제조합 등 연기금도 회원들을 활용한 사세 확장과 초기 자본금 투자가 수월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앞서 올해 초 주주총회 등을 통해 상조업을 사업 영역에 추가한 삼성에스원 등은 내년 3월 등록제 시행에 따라 시장이 정리되는 시점을 전후해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배홍근 삼성에스원 광고홍보팀 차장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고 (상조업 진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예다함 등 재력이 있는 연기금 업체와 보험업 전문 업체, 그리고 일부 대기업 등이 상조업계를 빠르게 재편하면서 각축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바로잡습니다]

2010년 11월5일치 13면 “2조원대 상조시장, ‘대물’이 삼키나” 기사에서 부도를 낸 업체는 ‘신한종합상조’가 아니라 ‘신한상조’ 입니다. 기자의 실수로 잘못 보도됐습니다. ‘신한종합상조’ 관계자께 깊은 사과 드립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