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이마트 ‘우수’ 평가
롯데마트·홈플러스는 ‘양호’
불공정거래 근절 더 힘써야
롯데마트·홈플러스는 ‘양호’
불공정거래 근절 더 힘써야
‘이마트우수, 롯데마트·홈플러스양호.’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유통분야의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TCP)의 이행 평가 결과다. 이 평가는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을 촉진하기 위해 내놓은 제도다. 주요 산업별로 대기업과 협력업체(납품업체)가 공정거래·상생 실천 내용을 담은 협약을 맺으면 공정위가 이행 상황을 점검·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대기업한테 공정위의 직권조사 면제 같은 혜택을 준다. 11월 현재 각 산업 분야의 146개 대기업과 5만7000여 곳의 협력사가 협약을 맺었으며, 공정위는 올해 말까지 모두 55개 대기업의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유통업계 평가는 이번이 처음으로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롯데마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그리고 농협 하나로마트와 이랜드리테일의 2001아울렛 등 5곳이 대상이었다.
이번 협약에서 ‘등급 외’ 평가를 받은 하나로마트와 2001아울렛을 제외하면, 이른바 ‘대형마트 빅3’가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공정위는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은 신세계 이마트에 대해 “협력업체의 해외 판로개척을 통한 글로벌 경쟁역량 지원과 적극적인 운영자금 대출지원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2월 이마트가 내놓은 자체 브랜드(PB) ‘이마트키즈’의 유아식기는 공동 개발의 성공적인 예다. 이마트가 사출 전문 생활용품 업체인 새샘과 문일케미칼이 가지고 있던 친환경 원료를 활용한 제조기술을 도입해 제품을 만들면서 이들 업체의 매출이 40% 가까이 늘었다.
김종인 새샘 대표는 “친환경 원료인 옥수수(PLA) 재질을 스테인레스 식기에 입히는 이중 사출 특허 기술이 있었지만, 제품을 팔 곳을 구하지 못했다”며 “이마트 바이어의 제안으로 물건을 납품하면서 매출이 늘어나 이제는 회사 주력 상품이 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텔레비전 홈쇼핑채널에서 인기를 모은 동그란 모양의 봉걸레 제품을 생활용품 제조전문 중소기업인 리빙휴에 맡겨 자체 브랜드로 생산한 예도 성공한 공동개발 사례로 꼽힌다.
롯데쇼핑도 지난달 28일 신동빈 부회장이 직접 나서 ‘동반성장 추진 사무국’을 꾸리고 750억원을 출자해 ‘동반성장펀드’를 운영하며 중소 협력업체 도움을 주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 2003년부터 협력업체 자금 지원을 위한 ‘벤더 파이낸싱’과 협력업체 만족도 조사 등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공정위의 평가로 대형 유통업체의 상생 노력을 인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평가에는 유통 대기업과 경쟁 하면서 밀려난 중소상인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좋은 점수를 받은 유통 대기업들은 기업형슈퍼(SSM) 확대나 ‘이마트 피자’ 논란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유통 판로를 확장하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정위 평가는 ‘사회적 평가’와 완전히 어긋나는 경우도 있다. 공정위는 이마트가 지난 7월 동네슈퍼에 상품을 공급하려다 철회했던 구상이나 홈플러스가 지역 소상공인을 기업형 슈퍼 가맹점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여론의 평가 등은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영균 광운대 교수(경영학)는 “협력업체와 힘을 합쳐 질 좋은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대기업·협력업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좋지만, 대형 유통업체의 이익 확대라는 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이번 평가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상생협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불공정 거래를 줄이려는 자정 노력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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