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경품 내건 백화점들 하루 매출 신기록 잇따라
제품값에 마케팅비 포함, 결국 소비자가 자금 댄셈
공정위는 되레 규제 완화
제품값에 마케팅비 포함, 결국 소비자가 자금 댄셈
공정위는 되레 규제 완화
지난 9일 경품 추첨행사가 열린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 정문 광장. 300여명의 고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 행사의 1등 경품으로 이른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트랜지션’(2억4000만원)과 서울 신월동의 ‘롯데캐슬 아파트’(공급면적 112㎡·분양가 4억5000만원), ‘황금거북선’(5.6㎏ 1500돈·약 3억3750만원)이 내걸렸다. 10월 한달 동안 롯데백화점 방문 고객 150만명이 참여한 경품 행사에는 대전에 사는 한 고객이 1등 당첨자로 선정됐다. 이 당첨자는 세 가지 경품 가운데 황금거북선을 최종 선택했다.
■ 백화점마다 경품 전략 ‘천차만별’ 백화점 경품 행사는 매출과 직결되는 핵심 마케팅 수단이다. 지난 5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이 일제히 하루 최고 매출 기록인 이른바 ‘기네스 매출’을 경신한 것도 최근 경쟁적으로 내놓은 창립 기념 경품 행사의 영향이 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백화점들의 경품은 ‘얼마나 많은 고객의 관심을 끄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가장 많은 점포를 거느려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은 ‘듣도 보도 못한’ 파격적인 1등 경품을 내거는 데 힘을 쏟는다. 최근 선보인 아파트·황금 1500돈 말고도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우주여행 상품’을 경품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1년에 4~5차례 여는 경품 행사마다 평균 4억~5억원 정도를 쓰며 그 예산은 지점별 매출 비중에 따라 나눠 부담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현대·신세계백화점은 더 많은 고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알짜배기’ 상품을 주로 선택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월 자체적으로 기획한 ‘조수미 슈퍼콘서트’ 초대권 1만장 가운데 약 3000장을 경품으로 내거는 등 ‘문화생활’ 경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핸드백과 에스프레소 머신 등 고급스우러면서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상품을 중심으로 경품을 내건다.
■ 세금 부담에 환불 요구도 경품은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백화점 업태가 시작한 1970년대에는 ‘자동차’가 단골 상품이었으나, 좀 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드는 경품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집값 상승기인 2000년대 중반에는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국제시세가 고공행진하는 금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백화점 경품은 때론 고객의 사정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진다. 경품에 당첨되고도 세금 부담 때문에 ‘기뻐도 기뻐하지 못하는’ 상황도 나온다. 실제 경품 값의 22%를 내는 제세공과금 때문이다. 신주현 롯데백화점 마케팅1팀 과장은 “세금 부담을 느끼는 당첨 고객 가운데 자동차·국외여행 등의 상품보다 현금화가 쉬운 상품권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올림픽 등 스포츠 경기의 결과에 따라 경품을 내건 경우, 유통업체가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7월 롯데백화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맞아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상품권을 추첨으로 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국내 보험업체에 ‘상금 보상 보험’을 들었다. 경품 행사로 골을 넣는 선수에게 한 골당 기아자동차의 ‘포르테 월드컵 에디션’을 주기로 해, 이정수·이청용·박지성·박주영 선수 등 네 명에게 모두 6대의 차량이 돌아갔다. 경품액으로 모두 8억원 가까이 들었지만, 롯데백화점이 부담한 금액은 약 5억원이었다.
이처럼 유통업계의 경품 행사 규모가 커진 데는 제도적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경품고시) 제한을 완화해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물건을 산 고객을 대상으로 주는 ‘소비자 경품’(이른바 사은품)의 제한을 없앴으며, 앞서 2005년 7월에는 물건을 산 소비자를 대상으로 추첨 등을 통해 경품을 주는 ‘소비자 현상경품’ 한도액은 기존의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그러나 대다수 백화점 경품 행사에 진행하고 있는 물건 구매와 상관없이 고객 모두에게 기회를 주는 ‘공개 현상경품’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이 없다.
백화점 업계의 과도한 경품 마케팅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가 경품은 백화점 각 지점들의 마케팅비가 십시일반으로 지출되는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백화점 구매 상품가격이나 서비스 등에 직간접으로 비용이 떠넘겨질 수밖에 없다. 김만환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공개 현상경품의 경우, 광고 효과를 주는 점을 감안해 제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경품 고시 자체도 상품의 품질이나 값을 통해 서비스하라는 취지로, 이를 이용해 지나치게 경품을 줘서 소비자를 유인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 김박조 ‘골폭죽’…‘짜여우’ 함성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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