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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취향을 마신다…싱글 몰트 ‘사교문화’ 새 주류로

등록 2010-12-03 09:20

최근 연말 모임 등에서 위스키와 궁합을 맞춘 요리를 즐기면서 위스키에 대해 배우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금융가 피비센터 등을 중심으로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맥캘란 제공
최근 연말 모임 등에서 위스키와 궁합을 맞춘 요리를 즐기면서 위스키에 대해 배우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금융가 피비센터 등을 중심으로는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다. 맥캘란 제공
금융권 PB센터등 강좌 마련
와인 인기 주춤속 틈새 노려
위스키 판매 감소에도 약진
폭음 꺼리는 술문화도 한몫
싱글 몰트 위스키 ‘맥캘란’은 최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은행에서 피비(PB)센터 고객 10명을 위한 위스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은행 피비센터 지점장은 브이아이피로 모임을 꾸리면서 위스키 강좌를 요청했고, 맥캘란은 위스키와 궁합을 맞춘 요리를 즐기면서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해 배우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맥캘란 김태호 차장은 “피비센터 브이아이피들은 잠재적 고객인데다 지인들도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큰 경우가 많아서 금융권 요청에는 적극적으로 응한다”고 말했다.

금융가 피비센터 등을 중심으로 ‘싱글 몰트 위스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9년 10% 역신장을 기록하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등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싱글 몰트 위스키만은 판매량이 올해와 지난해 15~17% 성장하는 등 가파르게 치솟는 추세다.

위스키업계 자료를 보면,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에서 85%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글렌피딕과 맥캘란은 지난 10월까지 연간 판매량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11%와 21.8%씩 증가했다. 이들은 2009년에도 판매량이 각각 20.8%, 24.0%나 뛰어올랐고, 조니워커 몰트·발베니·글렌리벳 등 3~5위권도 16~263%까지 큰 폭으로 판매량이 늘었다.

여기에는 ‘고급 사교문화’의 핵심 코드로 통했던 와인 인기가 주춤하면서 싱글 몰트 위스키가 이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최근의 추세가 작용했다. 와인은 한때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위 공직자, 정치인 등 사회경제적 영향력이 큰 집단에서 사교문화 코드로 통용되는 지위를 누렸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가 인기리에 와인 수업을 진행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곳을 통해 와인을 배운 얘기를 종종 거론할 정도로 와인은 사교의 장에서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와인의 인기는 정점을 지났다. 대형마트에 와인 전문 매장이 들어서는 등 대중적 저변이 넓어지는 것에 비례해서 대중과 차별화된 문화 코드를 요구하는 계층의 와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었다. 마침 금융위기를 거치며 와인에 대한 대중적 열기도 빠르게 식어서 예전의 거품 섞인 영광은 상당히 빛이 바랜 상태다.


위스키 판매량 성장률 현황
위스키 판매량 성장률 현황
이런 지각 변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싱글 몰트 위스키이다. 몇년 새 ‘웰빙’ 트렌드가 보편화하면서 폭음을 꺼리는 분위기는 사회 전반에서 확산됐다. 자연스레 술을 ‘많이’ 마시는 것보다 ‘취향’껏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흐름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싱글 몰트 위스키는 와인 못지않게 술의 전통이 깊고 얘깃거리가 풍부한데다, 맛과 향에서 위스키 제조업체의 개성이 강조된다. 또 맛과 향을 살리는 전용 잔과 전용 얼음 등 액세서리도 발달해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쪽도 개인 모임을 위해 싱글 몰트 위스키 프로그램을 타진한 적이 있다”며 “기업 최고경영자 등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와인이 한물간 시점에서 싱글 몰트 위스키가 취향을 중시하는 트렌드세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셈이다.

맥캘란은 2005년 브이아이피를 위한 싱글 몰트 위스키 강좌를 시작해 처음엔 연간 10여차례 진행했으나 올해는 연말까지 40차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피비센터 등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금융권의 요청이 30% 정도를 차지하는 추세다. 또 올해 들어 판매량이 253%나 뛰어오른 싱글 몰트 5위권 글렌리벳을 수입 판매하는 페르노리카 코리아 역시 올해부터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싱글 몰트 1위인 글렌피딕은 대한개원의협의회와 함께 연중 ‘글렌피딕 위스키 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주류업계는 연말 송년회 시즌을 앞두고 ‘취향’ 문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차별화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싱글 몰트뿐 아니라 일반 블렌디드 위스키 시장도 이른바 ‘폭탄주’ 제조용보다는 위스키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는 흐름에 주목하면서 6·12·17·21년산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연산 공식을 깨뜨린 위스키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달 들어 수석무역은 22년산인 ‘골든블루 22’를 내놓았고,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19년산인 ‘임페리얼19 퀀텀’을 새로 선보여 차별성을 강조했다.

페르노리카 코리아 유호성 본부장은 “2000년대 이후로 17년산 위스키 시장의 성장이 가속화했다면 2010년에 들어서는 21년산의 성장이 뚜렷하고, 위스키 연산 파괴,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의 약진 등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폭음·폭탄주 문화가 줄어들면서 위스키 판매량 자체는 크게 늘기 힘들겠지만 대신에 차별화되고 고급화한 맛과 향을 지닌 위스키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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