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5천원짜리 치킨’ 판매중단, 왜?
가맹점업계 거센 반발속 “공정사회·상생정책 역행”
청와대 정무수석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울상지을만” 한마디
정부쪽 질타도 부담된듯…‘이마트 피자’ 불똥 튈수도
가맹점업계 거센 반발속 “공정사회·상생정책 역행”
청와대 정무수석 “영세 닭고기 판매점 울상지을만” 한마디
정부쪽 질타도 부담된듯…‘이마트 피자’ 불똥 튈수도
롯데마트가 한 마리 5000원에 내놓았던 ‘통큰치킨’의 판매를 접는다. 대형 마트가 싼값에 프라이드치킨까지 내놓아 골목 상권을 잠식하려 든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판매 닷새 만에 ‘항복’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이번 롯데마트의 판매 중단 결정은 최근 이마트 피자 등의 사례에서 불거져 왔던 대형 마트의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논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빌딩에서 열린 동반성장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애초) 취지와 다르게 전달돼 많이 고민했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여러 의견을 수렴해 16일부터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부터 전국 82곳 매장에서 프라이드치킨 1마리(900g 안팎)를 5000원에 내놓았던 통큰치킨은 일반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파는 닭 한 마리(1만6000~1만7000원)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롯데마트 쪽은 판매 철수의 이유에 대해 “단순한 미끼상품이 아닌 물가 안정과 가격혁명의 차원에서 내놓은 통큰치킨이 애초 의도가 왜곡된 채, 주변 치킨가게에 영향을 준다는 부분만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원가 절감을 위해 사전 주문해 놓은 5만 마리 물량은 올해 말까지 각 매장 주변에 사는 불우이웃에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롯데마트에서 치킨 제품이 아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롯데마트는 애초 기존에 매장에서 7000~8000원 수준으로 팔아오던 제품을 변형해 통큰치킨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저가 판매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치킨 판매를 중단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기존에 팔던 프라이드치킨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롯데마트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중소 자영업자들의 반발과 함께 여론이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싸늘한 시선을 보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소속 치킨·오리외식업협회 회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고, 대기업이 전형적인 서민형 먹을거리인 치킨까지 손을 뻗쳤다는 데 대한 여론의 질타도 뜨거웠다.
이와 함께 ‘공정사회’와 ‘대·중소기업 상생’을 외치고 있는 정부 정책 기조에 찬물을 끼얹은 점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특히 롯데마트로서는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의 문제 때문에 유통업계 전반을 주시하고 있는 공정위가 ‘부당염매’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없는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도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js0904)에 롯데마트 통큰치킨의 원가를 언급하며 “결국 닭 한 마리당 12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판매하는 것(인 만큼) 영세 닭고기판매점 울상 지을 만하다”고 비판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논쟁 과정에서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가에 견줘 지나치게 비싸게 팔아왔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롯데마트가 마리당 5000원은 원가 이상이라고 밝히면서 일부 치킨 가맹점 업계가 밝힌 마리당 1만3000원 안팎의 원가에 대해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등 ‘치킨 원가’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직장인 송규식(30)씨는 “한 마리에 1만6000원 수준으로 파는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판매 값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소속 치킨·오리외식업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 중단을 환영한다”며 “이번 사태로 치킨 값에 대해 소비자에게 왜곡된 정보가 전달돼 마치 치킨업계에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호도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마트의 이번 판매 중단의 ‘불똥’이 신세계 이마트의 ‘이마트 피자’에까지 튈지 여부도 주목된다. 피자 한 판에 1만1500원으로 일반 피자업체보다 싸게 파는 이마트 피자가 롯데마트의 통큰치킨보다 먼저 논란이 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피자는 통큰치킨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으며, 피자업계는 국민 간식으로 자영업자가 많은 치킨업계와는 다르다”며 통큰치킨과 같은 사례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롯데마트 통큰치킨 논란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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