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동결” 밝히면서
견본제품 제공 줄여
사실상 공급가 인상
견본제품 제공 줄여
사실상 공급가 인상
정부의 강력한 물가 단속 때문에 식음료업체들이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 또는 동결 방침까지 밝히며 ‘몸 사리기’ 시늉을 하고 있지만, 실제 유통 현장에서 소비자한테 돌아가는 혜택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그동안 대형마트 등에 제공해오던 견본제품(물건값을 안 받고 판촉용 등으로 주는 물량) 공급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값으로 실제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변칙 가격 인상’이나 다름없다.
1일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런 ‘덤 줄이기’ 방식은 주요 식음료업체 제품의 판매현장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다. 한 음료업체 영업담당은 “(최근 분위기처럼) 원가가 올랐는데 기존 출고 값을 올리지 못한 채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유통업체에 넘겨주던 ‘덤’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밖에 없다”며 대형마트→대형개인슈퍼→중소형매장→소형매장의 차례로 견본제품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상당수 식음료업체는 마트나 슈퍼에 음료수 한 상자(30개들이)를 넘길 때, 돈을 받는 제품과 안 받는 견본제품을 5 대 1의 비율로 납품하는 게 일반적이다. 즉 음료수 한 상자의 제조업체 출고가격이 5000원이면 유통업체는 6상자를 3만원에 구입해 왔지만 견본제품 1상자를 없애면, 사실상 상자당 5000원에서 6000원에 사들이는 셈이 된다. 유통업체의 마진이 고정되어 있다면, 결국 소비자 판매가격은 20% 오르는 셈이 된다.
대형마트에선 이미 ‘덤 줄이기’가 시작됐으며, 설 연휴 이후에는 더 확산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설 대목으로 접어들면서 덤이 없는 선물세트가 기존 판촉용 견본 진열대를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고 주요 식품업체 스스로 제안해 펼치던 판촉행사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는 “유통 마진율을 고정해둔 상태에서 식음료업체들이 제공하는 덤이 줄어들면 우리로서는 장기적으로 판매가격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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