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대형마트 가격 인하 ‘물가 착시효과’

등록 2011-02-15 20:22수정 2011-02-15 21:38

올해 정부·유통업계 물가 대응 일지 (※클릭하면 확대)
정부압박에 인상시기만 늦추게 되는 꼴
비인기 상품 위주로 값 내리는 등 ‘한계’
제조업체에 납품단가 후려치기 우려도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빙그레 등 4대 우유업체는 지난해 하반기에 주요 우유제품 출고가격 할인 행사를 여러 차례 벌여 결국 연말까지 값을 9~12% 내렸다. 지난해 초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업체 짬짜미(담합) 조사를 시작하면서, 업계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판단한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한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자발적 할인’으로 모두 255억원의 소비자 혜택이 돌아갔으며, 과징금을 매길 때 이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정위 자랑이 무색하게 올해 들어 사료값 인상과 구제역 파동의 영향 탓에 새학기가 시작하는 3월부터 우유값이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연초부터 정부가 물가 잡기에 전방위로 나서면서 각종 생필품을 다루는 대형마트들이 경쟁적으로 제품 가격 인하나 동결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우유값 담합 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정부의 압력(?)을 의식한 듯한 대형마트들의 움직임은 어차피 오를 생필품값의 인상 시기만 늦추는 ‘착시효과’만 낳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신세계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 10일 이른바 ‘엠비(MB)물가’ 품목으로 불리는 정부지정 52개 생필품을 중심으로 밀가루·라면 등 47가지 품목의 값을 내리거나 동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달에도 두 차례에 걸쳐 콜라·커피믹스, 그리고 시리얼·식용유 등 모두 26개 품목의 가격 동결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 그동안 “이마트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않겠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던 롯데마트도 태도를 바꿔 지난 11일 밀가루·라면 등 11개 품목의 가격 인하와 동결에 나섰다.

그러나 이런 대형마트의 가격 인하는 실제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예를 들어 커피믹스의 경우 전체 상품군의 값을 내리는 게 아니라 특정 업체의 상품만 골라 내린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형마트가 내놓은 가격동결 제품의 상당수는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덜 찾는 제품이라는 한계도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가격을 동결 또는 낮추겠다고 내놓은 삼양사의 ‘큐원 밀가루’는 전체 시장점유율이 8%에 불과한 제품으로, 업계 1·2위인 씨제이(CJ)제일제당의 백설표나 대한제분의 곰표 밀가루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최근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가격 동결 상품에 이른바 ‘파워 아이템’인 신라면을 추가했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일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들이 제조업체인 농심과 공급물량을 두고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가격 동결을 선언한 가운데, 현재 마트 쪽의 비축 물량이 많지 않아 얼마나 오래갈지 회의적이다.

일부 납품업체들은 대형마트의 일방적인 가격정책이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한 식음료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가격 인하 행사에 나서면서 당장은 스스로 손실을 떠안겠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이를 만회하려고 덤으로 주는 납품물량을 더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가격 인하의 효과라는 게 대형마트가 앞장서 물가의 기준을 만들어 제조업체에 영향을 주는 것 정도 아니겠느냐”며 “어쨌든 정부 정책에 발맞춘다는 점에서 가격 인하 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김은형 기자 hwa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