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닭고기·달걀가격 고공행진
주어진 예산으론 단가 맞출 수 없어
직장구내식당도 마찬가지 우려 퍼져
주어진 예산으론 단가 맞출 수 없어
직장구내식당도 마찬가지 우려 퍼져
서울 신월동의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 김아무개(42)씨는 16일 오전 새 학기 식단표를 짜다가 손을 놓고 말았다. 주어진 예산으로는 급식용 식재료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는 탓이다. 그는 “3월 새 학기 단가표를 보니 돼지고기 값이 한달 사이에 70~80% 올라 쇠고기 값과 비슷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초등학생에게 필요한 단백질 섭취량을 고려해 매주 세번 정도 넣던 고기 반찬 대신 삼치·동태·가자미 등 생선 반찬으로 식단을 짜봤지만, 생선값마저도 만만찮게 올랐다. 새 학기부터 무상급식을 시작하면서 우리 농산물·축산물을 쓰겠다는 원칙을 적용한 상태라 수입산 고기를 쓸 생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개학을 보름 남짓 앞두고 학교급식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식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데다 일부 품목은 수급마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직장 구내식당 같은 대형 급식 현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급식 현장에서 가장 걱정하고 있는 품목은 돼지고기다. 대한양돈협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달 들어 15일 현재까지 돼지고기 지육 1㎏당 평균 도맷값은 6589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올랐다. 지난해 10월 이후 가파른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닭고기도 15일 기준 생닭 1㎏이 2401원으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인 지난해 12월(1735원)에 견줘 40% 가까이 올랐다. 대한양계협회가 집계한 달걀 도맷값은 15일 현재 개당 167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가량 올랐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의 장기화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겨울 비수기인데도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배추를 비롯한 채소류 가격도 산지 출하 부족 등으로 전반적으로 오름세다.
식재료 가격의 고공행진은 다음달 학교급식을 시작하고 봄철 나들이 인파가 늘어나면 공급 부족 현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특히 직장 구내식당 등 사업장과 학교급식 현장 가운데 상대적으로 한끼당 단가가 낮을 수밖에 없는 학교급식 현장이 먼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급식 사업장 운영과 음식재료 유통을 하고 있는 씨제이(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우리가 운영하는 일부 사업장 급식 현장에서는 돼지고기 대신 생선이나 육가공 제품을 쓰고 있다”며 “학교 운영이 정상화하는 3월이 되면 전반적으로 물량 수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급식 등 수요 증가를 앞두고 구제역 여파로 낙농가의 축유량이 줄어 일부 납품용 우유 값 인상을 결정했던 우유업계가 한나절 만에 인상 결정을 철회했다. 서울우유는 16일 “학교급식이 재개되는 3월에 대비해 우유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 원료용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특수거래처에 할인판매되고 있던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환원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제빵업체·커피전문점 등에 공급하는 우유 값을 다음달 초부터 평균 50%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빵과 커피 등 우유가 들어가는 식음료 제품 가격이 연달아 올라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몇시간 뒤 인상계획을 백지화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물량이 줄어 급식이나 소비자용 우유 값을 현재 가격으로 유지하려면 대량 수요처의 가격이라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의 물가불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와 논의를 통해 현재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이대로 짤수 있을까?…서울교육청 초등학생 식단 공개 서울교육청이 3월 시작되는 새 학기부터 서울시내 초등학교 1~4학년(강남·서초·송파·중랑 등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 지역은 1~3학년) 학생들에게 줄 친환경무상급식 식단이 16일 낮 서울 용산구 산천동 원효초등학교에서 공개됐다. 위 사진은 비빔밥, 약고추장, 들깨미역국, 너비아니, 백김치, 친환경사과, 우유로 구성된 2218원짜리 식단이고, 아래는 발아현미밥, 냉이된장국, 삼치매실청구이, 구절판, 배추김치, 호박설기, 우유로 구성된 2222원짜리 식단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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