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500g 소매가격 추이
식당들 “일단 버텨보지만…”
값 인상 대신 양 줄이기도
수입산 판매량 크게 늘어
족발·순대도 ‘귀한몸’ 대접
값 인상 대신 양 줄이기도
수입산 판매량 크게 늘어
족발·순대도 ‘귀한몸’ 대접
구제역 여파 고깃값 폭등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직장인 이승규씨는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들과 삼겹살집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4명이 시킨 5인분 분량이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양이 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종업원도 부정하지 않고 순순히 “돼지고기값이 많이 올랐잖아요”라고 대답했다. 1인분에 9000원하는 가격은 올리지 않은 대신 양을 줄인 것이다. 메뉴판에는 1인분의 양(g) 표시가 사라졌다.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값이 치솟으면서 서민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삼겹살이 ‘금겹살’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1년 전에 대형마트에서 100g 당 1400~1600원 하던 값도 2000원 중반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고 외식의 경우 사무실 식당가를 중심으로 1인분에 8000~9000원에서 1만1000~1만2000원으로 오른 곳이 늘었다. 서울 남대문 인근에서 해물과 삼겹살을 함께 취급하는 진도집은 오랫동안 1인분 9000원하던 삼겹살을 1월 초에 1만원으로 올렸다가 2월 들어 다시 1만2000원으로 올렸다. 마장동에서 사오는 고기값이 두배 가량 뛰었다는 이유다. 부모님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박아무개씨는 “보통 식당 삼겹살은 1㎏당 도매가를 1인분의 적정가로 친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1만7000원정도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까지는 올릴 수 없어서 3000원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을지로3가에서 11년째 삼겹살, 돼지갈비 등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전주옥을 운영해온 주인 김순남씨는 삼겹살 값 인상을 놓고 고민하다가 지난달 말 전골과 김치찌개만 1000원씩 올렸다. 김씨는 “돼지고기값 뿐 아니라 야채, 조미료, 당면, 식용유 등 공산품 값도 다뛰어서 매출은 특별히 줄지 않았는데도 영업이익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삼겹살 뿐 아니라 돼지족발이나 순대 등 돼지에서 나오는 모든 먹거리들이 귀해지고 비싸졌다. 서울 마포구 사는 최은영씨는 집 근처 포장마차에 순대를 사러가서 간과 내장을 달라고했다가 주인에게 “간 구경한지 나도 한달이 넘었다”는 대답만 들었다. 가격도 1인분에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랐다. 구제역으로 가축 이동이 금지된 지역에서 도축된 돼지의 간, 허파 등 부속물을 폐기처분 하는 탓에 유통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구제역 백신 1차 예방접종이 끝나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13일부터 소·돼지 도축 부산물 유통을 재개해 내장 수급은 다시 늘어나겠지만 돼지피는 계속 유통제한에 묶여 당분간 순대가 ‘귀하신 몸’ 대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식탁에는 수입산 삼겹살이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형마트에서 수입산 삼겹살은 수요가 거의 없어 일부 점포에만 들어갔고 판매 비중도 국내산의 10%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돼지고기 값이 치솟자 국내산 할인행사를 해도 그 할인가의 절반도 안되는 700~1000원대(100g)의 프랑스나 벨기에, 칠레산 냉동 삼겹살 판매가 쑥쑥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 비해 수입산 삼겹살 판매가 3배 가량 늘었으며, 홈플러스도 지난해 국내산과 비교해 9대 1 정도로 판매비중이 낮았던 수입 삼겹살 판매량이 지금은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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