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알토 체어’ 재활용
꼼데가르송 매장서 판매
꼼데가르송 매장서 판매
디자인도 생산자도 똑같은 의자인데 새 제품보다 수십년 쓴 낡은 의자가 더 비싸다. 가격표가 잘못된 건가 의심할 수 있지만 아니다. 현재 국내 가구매장에서 팔고 있는 핀란드 디자인 업체 아르텍사의 스툴(등받이 없는 의자) 가격은 30만~40만원대. 서울 한남동의 수입 의류 꼼데가르송 매장에서는 같은 회사의 같은 모델 제품을 팔고 있는데 새 의자보다 훨씬 낡고 흠집도 있지만 가격은 70만~80만원대다.
이 의자는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알바 알토가 60년대 디자인한 이른바 ‘알토 체어’(사진)로 지금까지 전세계에 800만개 이상 팔린 디자인 명품이다. 알토가 사망한 지금까지도 아르텍사에서 원래의 디자인 그대로 생산되고 있다.
아르텍사는 2007년 재활용의 의미를 환기하기 위해 디자이너 톰 딕슨과 함께 수십년 전 팔린 알토 체어를 수집하는 캠페인 ‘세컨드 사이클’을 벌였다. 집안이나 창고, 공장, 학교 등에서 오랫동안 사용되던 제품들을 다양한 경로로 추적해 재구입해서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고 일부 색칠만 다시 해서 긁힘이나 빛바램 등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는 제품을 중고품 컬렉션으로 내놓은 것이다. 두배로 올라간 가격은 의자에 새겨진 시간의 무게가 그만큼의 돈으로 환산된 셈이다. 꼼데가르송은 최근 이 재활용 컬렉션을 들여와 국내 매장에서 전시·판매하고 있다. 꼼데가르송을 수입하는 제일모직 관계자는 “낡은 제품이 새 제품보다 비싸다는 게 언뜻 일반인들에게는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빈티지나 재활용 디자인이 관심을 모으면서 제품 구매에 대한 문의가 적지않게 들어온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제일모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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