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급 한우의 전국 평균 도맷값 변동 추이
구제역 이전부터 공급 과잉 탓
구제역 살처분으로 물량이 줄어든 돼지고기 값은 연일 최고치를 넘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한우 값은 계속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폭락세에 대해 한우 유통업계는 그동안 공급 과잉이었던 한우 물량이 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며, 올해 하반기에는 한우 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전국 한우 도맷값 자료를 보면, 지난 11일 기준 1등급 한우 도맷값은 1㎏ 기준 1만317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7640원)보다 25.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가위 이후 지난 1월 설 대목을 앞두고 ‘반짝 급등’했던 한우 도맷값은 구제역 발생 이후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도맷값이 2배 가까이 오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우가 이미 공급 과잉 상태였기 때문에 살처분이 유통량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이번달 내놓은 한육우 관측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1일 기준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92만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만7000마리(10.9%)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한우 값이 오르면서 농가들이 앞다투어 한우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난 2월 말까지 구제역 때문에 살처분한 한우는 전체 사육 두수의 3.9%인 11만4000마리로, 이를 고려하더라도 올해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보다 많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없는데도 설 연휴 등 판매 대목에 한우 구입을 꺼린 점도 한우값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설 대목 주요 백화점·대형 마트 등에서는 한우보다 굴비 등 수산물 선물세트의 매출이 더 높았다.
한우업계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러한 폭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우 산지의 중간상인들이 납품을 연기해 물량을 줄인 뒤 제값을 받겠다고 나설 경우, 하반기께 한우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우 유통 전문 업체인 다하누 관계자는 “실제로 산지에서는 한우값 폭락이 장기화할 경우를 우려해 도축을 미루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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