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개정안 1년 넘게 표류
업체 “책임소재 따지기 어려워”
공정위 “관리부실 책임 물어야”
업체 “책임소재 따지기 어려워”
공정위 “관리부실 책임 물어야”
#직장인 김인혜(가명)씨는 지난 5월 말 ㄱ오픈마켓에서 립스틱 3개를 샀다. 며칠 뒤 배달된 립스틱 중 하나는 빈껍데기뿐이었다. 판매자쪽에 문의 하니 며칠 뒤 판매 증거자료라며 제품과 배송장을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김씨가 갖고 있는 배송장과 사진 속 배송장은 서로 달랐다. 김씨는 판매를 중개한 오픈마켓쪽에 항의를 했지만 ‘자신들은 법적인 책임이 없으니 1만원짜리 할인쿠폰을 주겠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최영국(가명)씨는 지난해 ㄴ오픈마켓에서 티셔츠 2개를 구입한 뒤 사이즈 교환을 위해 택배비 5000원을 동봉해 반송했다. 그러나 한달 반이 넘도록 물건을 받지 못해 판매업체에 전화를 하니 신호음은 가는데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사이트에 확인해보니 판매를 중단한 상태였다. 오픈마켓쪽은 역시 배상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오픈마켓 이용자들의 피해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주요 오픈마켓 4곳의 이용자 피해사례는 모두 601건으로 2009년(498건)보다 20.7%나 늘어났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자상거래 사기범죄는 모두 3만5305건 발생해 2008년(2만3129건)과 2009년(2만9612건)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오픈마켓을 통해 가짜 상품을 구입하거나 직거래 피해를 입었을 경우, 현재는 거래를 중개한 오픈마켓으로부터는 아무런 보상조차 받을 수 없다는 데 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중개업자’인 오픈마켓에 아무런 법적 책임도 묻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오픈마켓의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입법 형태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개정안은 다른 법안들에 밀려 1년 반 동안 표류하고 있다.
애초 공정위가 마련한 개정안은 판매중개자인 오픈마켓이 ‘판매중개의뢰자’, 즉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오픈마켓이 판매자와 연대책임을 져야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오픈마켓이 실명 인증이나 휴대폰 인증만으로 판매자 등록이 가능하도록 했지만, 개정안은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확인 등 예전보다 한층 엄정한 절차를 밟도록 했다. 이밖에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사이트에 ‘책임없음’이라는 문구를 고지하는 것만으로 책임을 피해왔던 오픈마켓은 소비자 피해 구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오픈마켓 쪽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해법을 찾아야한다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중개 역할만을 담당하는 오픈마켓 입장에서 제품의 판매담당자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 소재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선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오픈마켓의 관리 부실로 인해 직거래사기나 위조상품 판매, 카드깡 등이 횡행하면서 온라인몰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면서 “조만간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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