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자관계…시장에 영향 못미쳐” 합병 승인
점유율 72% ‘횡포’ 우려…경쟁사들 “감독 철저히”
점유율 72% ‘횡포’ 우려…경쟁사들 “감독 철저히”
연간 거래 규모가 12조원에 이르는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 시장점유율 70%가 넘는 ‘공룡’이 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베이지(G)마켓과 이베이옥션의 합병을 조건 없이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72%에 이른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미 모자관계로 결합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어 합병으로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오픈마켓 시장에서 경쟁제한 행위를 할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판매업체 통제 강화 등을 이유로 두 기업의 합병에 반발했던 11번가와 인터파크, 또 올해 안으로 오픈마켓 진출을 선언한 엔에이치엔(NHN)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두루 거쳤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2009년 86%에서 지난해엔 72%로 줄어든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든 것은 2008년 문을 연 11번가가 모기업인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지원으로 공세적인 시장 공략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 2008년 5%였던 11번가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엔 2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번 합병 승인으로 국내 오픈마켓 시장에서 지마켓-옥션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됐다. 당장 11번가와 인터파크 등 경쟁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백화점으로 따지면 롯데와 신세계가 합병한 정도의 규모와 파급력을 가지는 결정”이라며 “오픈마켓은 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자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다른 유통업태보다 카테고리 운영자(MD)의 힘이 막강한데 앞으로 판매자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슈퍼 엠디’가 탄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또다른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도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만큼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이 철저히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사들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오픈마켓 시장은 지난해 거래액 기준으로 11조8000억원으로 2년 새 시장 규모가 50%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업체별 점유율은 지마켓 42%, 옥션 30%, 11번가 21%, 인터파크 6%로, 업계 1, 2위인 지마켓과 옥션의 거래액을 합치면 8조5000억원에 이른다.
2001년 미국의 전자상거래회사인 이베이에 인수된 옥션은 2009년 지마켓 지분 99.9%를 취득했다. 두 기업은 본래 지난해 11월 합병을 마무리짓기로 했으나 독과점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업결합 신청서 제출을 미루다가 지난 4월 합병계약을 체결한 뒤 공정위에 신청서를 냈다. 공정위는 2009년 옥션이 지마켓 지분을 취득할 때 3년간 판매업체에 대한 판매수수료를 올릴 수 없도록 하는 시정조처를 포함하는 조건부 승인을 내린 바 있다. 이동원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당시에는 경쟁제한성을 판단할 때 문제가 있다고 봐서 이런 시정조처를 부과했다”며 “이번에는 합병 자체에 따른 추가적 경쟁제한성 여부를 따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0%를 웃도는 현실에 눈감았다는 비판도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외국과 달리 기업결합이 일단 승인되면 이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앞으로 독과점 남용 여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규제가 필요하고 이런 방식도 안되면 기업분할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형 황보연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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