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루이비통(위), 샤넬(아래) 매장 신세계백화점 제공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잇따라 판매가격을 올렸던 유럽 명품업체들이 이번에는 가격을 느닷없이 인하하고 나섰다. 국내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이 고무줄처럼 값을 내렸다 올렸다 하는 명품업체 가격정책의 신뢰성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명품업체 샤넬은 18일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라 발생하는 관세 철폐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에르메스가 명품업체들 가운데 처음으로 평균 5.6%씩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김주연 에르메스코리아 이사는 “에르메스는 대부분의 제품이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한 관세 철폐 혜택의 가장 큰 수혜자로, 이번에 관세 철폐분에 대한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위부터 루이비통 스피디, 샤넬 클래식, 에르메스 버킨백
업계에서는 루이뷔통, 샤넬과 더불어 이른바 ‘명품 빅3’으로 불리면서 이 가운데 최고가를 자랑하는 에르메스가 전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섬에 따라 경쟁업체들도 방침을 바꿔 가격 인하 행진에 뒤늦게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샤넬은 가격 인하 방침을 밝히면서도 인하 시기나 폭 등은 언급하지 않아 급작스레 인하 결정이 내려졌음을 내비쳤다. 샤넬코리아 쪽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검토중”이라며 “조만간 가격을 인하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날 한때 관세 철폐분을 반영해 10%가량 제품 가격 인하설이 흘러나오던 다른 명품업체 프라다는 결국 “인하 방침이 결정된 건 아니다”라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명품업체들이 국내 판매가격 인하 쪽으로 방향을 튼 건 최근까지의 행보를 순식간에 뒤집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명품업체들은 이달 1일 발효된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수입관세가 철폐됐음에도 국내 판매가격을 되레 올렸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불과 12일 전인 지난 6일 주요 제품 가격을 3~12% 올렸다. 앞서 샤넬도 협정 발효를 얼마 앞둔 지난 5월 주요 제품 가격을 20~25% 올린 바 있다. 수입관세가 사라지므로 판매가격을 내릴 것으로 내다봤던 국내 소비자들의 예상과는 정반대 길을 간 셈이다.
이런 탓에 뒤늦게 가격 인하에 나서는 명품업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판매가격을 정하는 원칙이 오락가락하고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품질과는 상관없이 판매가격에 ‘거품’이 낄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간 명품업체들은 ‘가격 책정에 있어 지역적 특수상황은 고려 요소가 아니다’라는 말만 해왔다. 판매가격을 올릴 때 배경을 설명하지 않고 예고 없이 기습적인 ‘통고’만 되풀이한 것도 명품업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다. 한 국내 백화점 명품 상품기획자는 “명품의 경우 백화점에도 가격 인상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적용해왔다”며 “명품업체들의 가격정책에 대해서 입점 백화점 쪽도 파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에버랜드, 삼성노조 조장희 부위원장 해고
■
울릉도 오겠단 일 의원들, 독도 갈등에 기름 부을듯
■
손가락만한 아기원숭이 칫솔로 ‘빗질’
■
중국인이 피자 맛들이자…치즈 국제가격 ‘53% 급등’
■
‘누님인사’ 권재진 법무 후보, ‘봐주기 수사’ 꼬리표
■
해병대 ‘기수열외’ 대책, 빨간 명찰 뗐다 붙였다?
■
KBS의 궁색한 변명 “JYJ, 에프엑스보다 덜 유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