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을 입은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전국 낙농 육우인 총궐기대회’를 열어 ‘목장 원유가 현실화’를 요구하며 우유를 몸에 쏟아붓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낙농업자들 “원유값 24% 인상 안될땐 공급 거부”
구제역·장마 여파…최소 10% 인상 불가피할 듯
구제역·장마 여파…최소 10% 인상 불가피할 듯
유가공업체에 원유를 공급하는 낙농업자들이 원유 값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오면서 전셋값, 기름값에 이어 우유 값 파동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다. 낙농업자들의 요구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유가공업체들이 인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최소한 10% 이상의 소비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른 가공식품의 연쇄적인 가격인상도 우려된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원 5천여명(경찰 추산)은 26일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원유가 현실화를 정부에 요구했다. 협회는 “2008년 이후 목장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704원으로 3년간 동결됐으나 이상 기후로 우유 생산량은 감소하고 경비는 폭등했다”며 “낙농가가 생산비 폭등을 감당하려면 원유가를 ℓ당 173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원유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우유 공급을 거부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0년대 들어 원유 값은 2004년 9월과 2008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2.9%, 20.5%씩 올랐다. 이번에 낙농가가 요구한 인상률은 무려 24.6%다. 이들은 원자재 값 폭등으로 인한 사료 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인상 요인으로 들었다. 특히 구제역으로 봄부터 원유공급량이 15%가량 줄어든데다 최근 장마, 폭염 등으로 공급난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격 현실화를 들고 나온 것이다. 2008년 원유가 상승으로 1ℓ짜리 흰 우유의 소매가는 1850~1900원에서 2200원선으로 인상됐으며, 이번에 낙농가의 주장이 반영되면 가격이 2700원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유가공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제시한 인상안은 41원이다. 유가공협회 관계자는 “일정 정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원유 값은 가격인상 요인이 생길 경우 생산자인 낙농업자들과 수요자인 유가공업체가 가격변동 안을 제안하고, 농림수산식품부의 지도 감독을 받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최종 가격을 결정한다. 정부가 원유가 인상에 개입할 것으로 보여 가격을 20% 이상 올리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상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이전 인상폭으로 볼때 이번 인상률도 두자릿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우유 공급부족이 예년보다 심한데다 구제역 여파가 1년 넘게 지속될 전망이기 때문에 낙농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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