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장거리 노선 인상
할증료 수십만원씩 물어
시민단체 반환소송 나서
싱가포르 기름값이 기준
외국 항공사도 엇비슷해
“소비자에 유리” 지적도
할증료 수십만원씩 물어
시민단체 반환소송 나서
싱가포르 기름값이 기준
외국 항공사도 엇비슷해
“소비자에 유리” 지적도
지난 1월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10년 동안 쌓은 국내항공 마일리지로 대학 입학시험을 마친 아들에게 인천~북경 왕복항공권을 사주다가 깜짝 놀랐다. 성수기라며 마일리지를 1.5배(4만5000)나 삭감하고, 유류할증료와 공항 사용료로 20만원 가까이를 현금으로 내라는 것이다. 당시 인천~북경 왕복 항공료는 30만원이었다. 김씨는 “유류할증료는 기본요금이 아니라서 마일리지 이용자도 부담해야 한다는데, 기름값이 항공료가 아니라면 무엇이 기본요금이냐”고 하소연했다.
■ 유류할증료 반환소송 김씨처럼 항공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유류할증료를 부담한 소비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소비자단체가 항공사들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올 상반기까지 피해자를 모집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부당하게 부과한 유류할증료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 대상은 2005년 4월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 이전에 항공권을 구입해 마일리지를 쌓았는데 이후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유류할증료를 별도로 낸 경우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를 도입하기 이전에 항공사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한 만큼 이후에 추가 비용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항공사들은 “마일리지 이용자는 항공 기본요금만 무상으로 제공받을 뿐 세금이나 추가 요금까지 면제받는 게 아니다”며 “좌석등급별 차등이 없다는 점에서 유류할증료는 항공 기본요금과 달라 외국 항공사도 마일리지 이용자에게 부과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이 “유류할증료는 원래 기본요금에 포함돼야 할 성격이지만 이를 분리했을 뿐”이라고 판결해, 항공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 유류할증료 어떻게 책정되나 고유가 여파로 유류할증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1월1일부터 일본과 중국 등 단거리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줄고, 미국과 유럽, 서남아 등 장거리 노선은 할증료가 늘어나도록 유류할증료가 전면 개편되면서 더욱 그렇다. 유류할증료는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2005년 4월 도입된 유류할증료는 항공사와 정부의 ‘합작품’이다. 항공사가 국제유가에 따라 변동하도록 설계해놓은 ‘요금표’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면, 국토부가 이를 인가해주는 형식이다. 유가 기준은 싱가포르 항공유 시장가(MOPS)이다. 국내선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신고제인 일부 국외 노선은 국토부가 따로 조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설계한 요금표는 동일하다. 유류할증료 요금구간이 갤런(gallon)당 1.5달러에서 4.7달러까지 33단계이며, 부과 노선군도 △일본·산둥성 △중국·동북아 △동남아 △독립국가연합(CIS)·서남아 △중동·대양주 △유럽·아프리카 △미주 등 7개 분야로 나뉜다. 유류할증료는 전월 평균 유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 항공사 모두 이번달에는 총 33단계 중 15단계(2.9~3.0달러)를 적용하게 된다. 지난 12월 싱가포르 항공유 시장가가 평균 2.99달러였기 때문이다. 국내선의 경우 저가항공사까지 일괄적으로 1만2100원을 부과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사전에 공모해 요금표를 작성하면 담합(짬짜미)이지만, 따로 유류할증료를 계산했는데 결과적으로 요금표가 동일하면 담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0년 11월 16개 항공화물 운송사업자들이 유류할증료를 짬짜미했다며 1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 전세계 비슷한 수준 국내 항공사의 현행 유류할증료를 국내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와 비교해보면, 엇비슷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유럽행 편도항공편의 유류할증료는 에어프랑스(AF)가 158달러, 루프트한자(LH)가 165달러로 국내 항공사(131달러)보다 많지만, 미국행의 경우 델타항공(DL)이 120달러로 적었다.
정부는 유류할증료가 소비자 처지에서도 손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자동으로 변동하는 유류할증료와 달리 기본요금은 나중에 유가가 하락해도 항공사가 쉽게 인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유가상승분의 20~30%를 유류할증료로 부담하는 대신 항공사의 기본요금을 묶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전체 비용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항공권 요금체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정부는 유류할증료가 소비자 처지에서도 손해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유가에 따라 자동으로 변동하는 유류할증료와 달리 기본요금은 나중에 유가가 하락해도 항공사가 쉽게 인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유가상승분의 20~30%를 유류할증료로 부담하는 대신 항공사의 기본요금을 묶어놓는 것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전체 비용에서 기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 국제 유가 변동을 반영하는 항공권 요금체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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