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합차 구원투수 11인승 미니밴
“자동차세 인상 비켜가자” 승합차 침체속 비중 확대 기아 그랜드 카니발 첫선
움츠러들던 승합차 시장이 11인승 미니밴을 중심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12~15인승 승합차들이 줄줄이 단종된 데 이어 올해부터 7~10인승 자동차 세금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세제 혜택을 보는 11인승 미니밴으로 시장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11인승 미니밴은 기아차의 ‘그랜드 카니발’과 현대차의 ‘스타렉스’, 쌍용차의 ‘로디우스’가 대표 차종으로 꼽힌다. 지난해 5월 출시된 로디우스는 9, 11인승 2가지 모델이 있는데, 올 상반기에 팔린 4169대 가운데 11인승이 95%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스타렉스 11, 12인승도 7, 9인승을 압도하며 판매 비중이 지난해 48%에서 올해 75%로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까지만해도 11인승은 시장에서 큰 호감을 사지 못했다. 7~10인승 자동차들이 승합차 대접을 받으면서 꾸준히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7~10인승이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자동차세가 크게 오른 것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승합차로 간주돼 일괄적으로 6만5천원의 자동차세가 부과됐지만, 올해 2900cc 9인승 카니발의 경우 16만5천원으로 인상됐다. 내년에는 28만8천원, 2007년에는 41만5천원, 2008년에는 대형차 수준인 82만9천원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세금인상 여파로 올 들어 승합차 시장에서 미니밴 수요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상반기 1만2036대 팔렸던 카니발이 3968대로 급격히 위축된 것을 비롯해, 트라제가 1만3151대에서 5212대로, 스타렉스도 2만8293대에서 2만1556대로 급감했다. 스타렉스를 뺀 정통 미니밴 시장만 보면, 지난해 상반기 2만8956대에서 올 상반기 1만3349대로 절반 이하로 판매가 줄었다. 지난 14일 기아차가 내놓은 11인승 미니밴 ‘그랜드 카니발’은 ‘7~10인승 세금인상’이라는 악재를 피하기 위해 개발된 측면이 강하다. 그랜드 카니발은 옆문과 뒷문을 버턴 하나로 자동으로 열고닫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회전반경 제어장치를 달아 기존 카니발보다 회전반경을 0.8m 정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차 길이가 종전보다 20㎝ 길어진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출·퇴근용으로 인기를 끈 7, 9인승과는 달리 차체가 길고 11인승이라는 점이 혼자서 출·퇴근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권혁호 레저용차량(RV) 판촉팀장은 “차체는 커졌지만 운전 편의성을 향상시켜 출·퇴근용으로도 손색이 없도록 개발된 차”라고 말했다. 차 길이와 너비는 그랜드 카니발(5130㎜x1985㎜)이 스타렉스(5035㎜x1820㎜)나 로디우스(5125㎜x1915㎜)에 비해 길고 넓은 반면, 차 높이는 스타렉스(1970㎜)가 그랜드 카니발(1780㎜)이나 로디우스(1820㎜)보다 높다. 배기량은 그랜드 카니발(2902㏄)이 로디우스(2696㏄)와 스타렉스(2476~2497㏄)를 능가하며, 연비 역시 그랜드 카니발(수동 기준 12.5, 자동 기준 10.2㎞)이 로디우스(11.1, 10.2㎞), 스타렉스(10.9, 10.0㎞)보다 좋은 편이다. 가격은 스타렉스가 1701만~1998만원으로 싸고, 그랜드 카니발이 1980만~2920만원, 로디우스가 2070만~2745만원이다. 2종 운전면허증을 보유한 사람은 11인승 승합차를 운전할 수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2종 면허를 갖고 있는 운전자 가운데 무사고로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는 특별한 시험없이 1종 운전면허증으로 갱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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