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쇼핑·소비자

“생협이 이마트 대체할 수 있다”

등록 2012-06-07 15:10수정 2012-06-07 16:17

신성식 아이쿱 생협 경영 대표
신성식 아이쿱 생협 경영 대표
신성식 아이쿱 생협 대표 인터뷰
고성장 비결 “시장 유통 안하는 것”
국내가구 3% 조합원 만들기가 목표
“장기적으로 생협이 이마트를 대체하리라 본다.”

 이런 호기로운 얘기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농반진반으로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아이쿱생협의 경영대표가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쿱은 지난해 매출액 3000억원, 조합원 가구수 15만5000명을 기록했다. 해마다 10~20%의 고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8~2019년엔 전체 가구의 3%를 조합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신성식 아이쿱생협 경영대표를 만나 성장 비결과 앞으로의 과제를 물어봤다.

-2003년 287억원이었던 매출이 2011년 3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비결은?

“아이쿱은 ‘시장 유통’을 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신라면을 사다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밀 라면을 만들어서 팔았다. 시장에 공급되지 않는 물품을 산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공급했고, 거기에 신뢰를 덧붙였다. 안전한 먹거리라는 틈새 시장 확보에 성공했다.”

-유기농 먹거리는 생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팔지 않나?

“유기농이라고 한정하기엔 범위가 좁다. 우리는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기획한다. 기업은 엠디(MD)라는 상품 전문가들이 상품을 기획하지만 우리는 소비자들이 물품심의선정위원회와 물품취급기준제정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선정과 취급 기준을 결정한다. 직원이나 농민이 결정하지 않고 철저하게 소비자가 필요한 물건의 생산을 결정하는 구조다.”

-주식회사도 소비자 취향을 최대한 반영해 물건을 만들지 않나?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주식회사는 물건을 만들 때 소비자 요구와 기업의 이윤,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한다. 이것을 만들어 얼마의 이익을 남길지를 말이다. 우리에게 기업 이윤은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니다. 이 물건을 팔면 우리 생협이 얼마를 벌겠구나,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든다. 이것이 생협이 주식회사보다 우월한 점이다.”

-장기 목표는 무엇인가?

“전체 국내 가구(1700여만)의 3%를 우리 조합원으로 만들려고 한다. 50만 가구쯤 된다. 이 정도면 사회 변화의 지렛대로 작용할 수 있다. 소비자 부문에서는 안전한 식품을 더 싸게 공급할 수 있고, 농업 쪽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이 된다. 노동자 쪽은 양질의 일자리를 얻고, 중소 제조업체는 대기업으로부터의 자립이 가능해 질 것이다.”

-이마트로 대표되는 거대 유통업체의 횡포가 심하다. 물건값이 그렇게 싸지도 않다?

“독과점의 당연한 결과다. 우리나라 유통산업에서 대형 3사가 전체 유통 매출의 절반을 점하고 있다. 더 이상 매출이 안 오르니까 동네 슈퍼까지 치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견제할 법적, 정치적 장치는 미약하다.”

-생협이 이마트를 대체할 수 있는가?

“장기적으로는 대체가 될 것이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같은 상품으로는 경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꼬꼬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밀 꼬꼬면을 만들어 공급해야 이길 수 있다. 아이쿱이 조합원 3%, 매출액 1조5000억원 정도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다. 선택지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이마트에도 덜 갈 것이고, 그러면 이마트도 우리를 경계해 소비자의 요구에 신경을 쓸 것이다.”
생협 매장. 아이쿱생협연대 제공
생협 매장. 아이쿱생협연대 제공

-기업으로서 협동조합의 장점은 무엇인가?

“경영적 측면에서 장점은 자본배당(주주배당)의 압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윤이 나면 일부만 금리 수준의 배당을 하고, 나머지는 내부 유보한다. 지난해 우리의 순이익은 30억원, 약 1%였다. 일반 기업이라면 난리가 났겠지만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적자만 안 나면 큰 문제 없다.”

-기업으로서 단점은 무엇인가?

“자본 조달이 어렵고, 의사결정이 더디다. 수익성을 높이기 힘들다. 고급 인력을 고용하기도 어렵다. 경영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장점이 한 가지면 단점은 열 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협동조합에서 기업을 따로 만들어 경영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큰 틀에서 협동조합 정신을 따른다. 내가 협동조합 기업의 경영 대표인데, 늘 조합의 감시와 견제를 받는다.”

-지난해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됐고, 연말에 발효된다. 어떤 효과가 있을까?

“바로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 조합 설립이 편해지고 세제혜택도 있고 좋을 것이다. 하지만 좀 늦었다. 한국 경제는 이미 독점 단계에 접어들었다. 협동조합이 소규모 자본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적어지고 있다. 결국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거대 자본이 유통시장을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만들어 팔 수 있을까? 요즘 대기업들은 하다못해 빵집까지 하려고 하질 않나. 이 문제는 협동조합간 협동으로 풀어야 한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MBC 노조 집행부 영장 재청구, 배현진이 원인 제공?
박원순, 두번째 해외 출장 방문지는?
위험한 사랑에 빠진 연인 보호조직 ‘러브특공대’
좌파 정부의 힘? 올랑드, 연금 수령연령 62살→60살로 되돌려
LG유플러스, 카카오톡 무료통화 전면 허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