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정수기 시장 ‘10년 천하’를 누린 청호나이스의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미니’.
청호 틈새 개척 대중화 성공
‘미니’ 출시로 선풍 ‘주방 독점’
올해 일반정수기 1위 웅진 도전장
청호도 온수 추가 새제품 반격
업계 3~4위권 교원L&C도 가세
‘미니’ 출시로 선풍 ‘주방 독점’
올해 일반정수기 1위 웅진 도전장
청호도 온수 추가 새제품 반격
업계 3~4위권 교원L&C도 가세
얼음정수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단지 성수기인 여름철이 다가와서가 아니다. 그동안 사실상 한 회사가 독점했던 얼음정수기 시장이 경쟁체제로 바뀌면서 기존 구도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9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철옹성을 구축해온 청호나이스에 맞서 지난달 새 제품을 선보인 웅진코웨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교원엘앤씨(L&C)도 새제품 출시를 예고하며 얼음정수기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얼음정수기가 처음 등장한 건 2003년이다. 당시 ‘렌털 서비스’로 정수기 시장을 석권한 웅진코웨이에 밀려 고전하던 업계 2위 청호나이스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선택한 게 얼음정수기였다. 하지만 첫 제품인 ‘아이스콤보’는 가격이 비싼데다 크기도 일반 정수기보다 커 시장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3년 뒤 청호나이스가 ‘이과수 얼음정수기’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얼음정수기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냉각기 하나로 얼음과 냉수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적용한 이 제품은 13g짜리 얼음 12개를 10분 안에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제빙시간을 단축하고, 에너지 효율도 높여 큰 인기를 끌었다.
이과수 얼음정수기의 성공으로 청호나이스는 2008년 8만5000대에서 2009년 9만5000대, 2010년 13만대로 해마다 얼음정수기 판매 대수를 크게 늘리며, 시장에서 확고부동한 1등으로 자리잡게 된다. 일반 정수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웅진코웨이가 2009년 5월 얼음정수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청호나이스의 벽에 막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이과수 얼음정수기 플러스’, ‘이과수 얼음정수기 와인셀러’ 등 후속 제품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또 한차례 히트작을 내놓았다.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라는 제품인데, 가로 36㎝, 세로 49㎝, 높이 48㎝의 초소형 크기로 가정의 싱크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최초의 얼음정수기였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기존 제품들은 높이가 높은 스탠드형이라 공간상의 문제로 가정에서 사용하기를 부담스러워한 소비자들이 많았는데, 미니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줬다”며 “미니의 출시로 얼음정수기 시장이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니는 지난 한해 동안 10만대나 팔릴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고, 이에 힘입어 청호나이스는 지난해 총 21만대의 얼음정수기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62%나 판매 실적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의 대성공이 청호나이스의 독점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 요인으로 다가왔다. 싱크대에 올릴 수 있는 소형 얼음정수기의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걸 간파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상대는 웅진코웨이였다. 일반 정수기 시장 1위인 웅진코웨이는 지난달 ‘스스로 살균 카운트탑 얼음정수기’를 출시해 청호나이스의 ‘10년 천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웅진코웨이는 이 제품이 이과수 얼음정수기 미니에는 없는 온수 기능을 탑재했고, 자동살균 기능도 뛰어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고, 결국 출시 2주 만에 1만대를 팔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스스로 살균 카운트탑의 돌풍으로 지난달 웅진코웨이의 얼음정수기 판매 실적은 지난해 6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2만대에 달해, 2만2500대를 판 청호나이스에 거의 근접했다.
웅진코웨이한테서 일격을 당한 청호나이스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16일 기존 미니 제품에 온수 기능을 추가한 ‘이과수 얼음냉온정수기 미니’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정수기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게 온수 기능이라는 점에 착안해 예열 온수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온수를 사용할 때만 급속으로 가열해 일반 온수 기능을 갖춘 기존 제품에 견줘 70% 이상의 에너지 절감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회사 쪽의 설명이다. 또 월 렌털료가 4만2900원으로 웅진코웨이보다 3000원가량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고 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얼음정수기 시장에서 계속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 신제품 출시를 예정보다 앞당겼다”며 “올해 25만대를 판매해 지난해 미니의 열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수기 업계 3~4위권인 교원엘앤씨도 제빙과 냉수, 온수, 정수, 살균 기능을 모두 갖춘 소형 얼음정수기 ‘웰스 시리즈7’을 22일 출시할 계획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사진 각 업체 제공
웅진코웨이가 지난달 출시한 ‘스스로 살균 카운트탑 얼음정수기’(위). 교원L&C가 22일 출시할 얼음정수기 ‘웰스 시리즈7’(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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