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한국시장에선 왜 작아지는가…”
애플 엠피3 미 · 일 · 유럽 휩쓰는데 국내 점유율 바닥
“첨단제품 익숙한 한국 소비자에 깜찍한 환상 못줘 부가기능 적고 복잡한 사용법 외면”
엠피3의 절대강자인 애플컴퓨터의 ‘아이팟’이 한국 시장에서는 바닥을 기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부동의 1위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업계 순위 10위권에도 못 낄 정도로 부진하다.
최근 한 시장조사기관이 펴낸 올해 상반기 국내 엠피3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매출과 판매대수 기준으로 각각 1.6%와 1.8%라는 저조한 점유율을 기록했다. 10~30%의 점유율을 기록한 레인콤, 코원시스템 등 국내 업체과 견주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애플코리아쪽은 이 조사가 일부 제한된 지역의 오프라인 매장만 조사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온라인 판매분을 감안해도 애플의 점유율이 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의 이같은 처참한 성적표는 세계 시장에서의 실적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업계가 추산하는 올해 상반기 금액 기준 점유율을 보면 애플은 미국에서 70% 이상으로 압도적 1위, 일본에서 40% 이상으로 역시 확실한 1위를 차지했다. 유럽 역시 10%대 후반이지만 1위를 지켜 세계 3대 시장을 모두 석권하고 있다.
그러면 애플의 엠피3가 왜 한국에서만 힘을 못쓰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정확한 이유를 꼭 집어낼 수 없는 ‘미스터리’로 보고 있다. 애플쪽 역시 이유를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유달리 첨단 전자제품의 유행에 민감한 한국시장에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고전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해도 애플 아이팟처럼 외국과 한국 시장의 판매가 차이나는 경우는 없다.
일단 업계가 보는 표면적인 이유는 유통 때문이다. 애플이 유통망이 적은 데다가 출혈 경쟁하는 국내 업체들처럼 소매점에 많은 마진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이팟이 기본기능에 충실한 반면 녹음이나 라디오청취 등 부가기능이 없어, 다기능 제품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비문화나 소비성향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전자업체 마케팅 담당은 “외국에서는 일반 아이비엠 계열 컴퓨터와 다른 독특하고 고급스런 애플의 이미지에 매료된 열성 소비자층이 두텁다”며, “때문에 비교적 싼 값에 애플의 사과 마크가 달린 제품을 살 수 있어 아이팟의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에 대한 ‘환상’이 없다는 것이다.
첨단 다기능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제품 사용 측면에서는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엠피3 업체 관계자는 “애플의 하드디스크형 엠피3은 노래를 1000곡 이상 저장하기 때문에 정보 태그파일을 꼼꼼히 분류하는 부지런한 소비자들이라야 잘 쓸 수 있다”며, “자료 정리나 기입을 싫어하는 경향이 강한 한국 소비자들과는 궁합이 안맞는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자신이 자료를 직접 꼼꼼히 기입해야 하는 피디에이(PDA)가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 보급화에 실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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